“애들아, 올해 어버이날에는 ‘좋아요’ 눌러라”

입력
2021.05.05 04:30
15면
<10>유튜브 하는 ‘스마트 시니어’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집 안에 콕 갇혔나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단조롭고 답답한 집콕생활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격주 수요일 ‘코로나 블루’를 떨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소개합니다.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3㎏짜리 덤벨을 양손 각각 50회씩 거뜬히 들어올린다.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에 크롭티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을 선보인다. 반려견인 푸들 두 마리와 함께 서울 남산공원을 산책한다. 최신 유행에 발맞춘 콘텐츠가 가득한 유튜브 채널 ‘유조소녀’는 올해 일흔을 맞은 천유조씨가 운영한다. 웬만한 20대보다 감각적이다. 콘텐츠 기획과 출연은 천씨가 직접 하고, 촬영과 편집은 영상 제작업체에 의뢰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교편도 잡았던 그는 3년 전 대학원에 진학해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유튜브를 찍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생활도 거리낌없이 SNS로 소통하면서 재미있게 살더라고요. 나이가 많을 뿐이지, 그들과 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었죠.”


홈트, 요리, 일상까지 섭렵한 시니어 유튜버

유튜브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세대로 꼽혔던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이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창작자(유튜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맛깔진 입담으로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은 유튜버 박막례(74)씨를 비롯해,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의 패션 유튜버 장명숙(밀라논나ㆍ69)씨, 대법관 출신 유튜버 박일환(70)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전쟁 직후 태어나 이제 노년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인 이들은 경제성장 시대 경제적 가치만을 따지며 가족을 위해 자신은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해온 세대다. 하지만 사회변화에 따라 이전 세대와 달리 가족보다 자아를 우선시하고, 제2의 인생을 찾으려는 ‘스마트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50+스마트 시니어에 주목하라’(끌리는책 발행)의 저자 이수원(광고회사 TBWA 최고경영자)씨는 스마트 시니어를 ①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센스를 갖추고(Sense) ②일정한 경제력이 있으며(Money) ③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Art) ④스스로 재창조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Re-Creation) ⑤테크놀로지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Technology) 시니어로 명명했다. 저자는 “5년 후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며 “이들 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하는 딸을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주미덕(63)씨는 매주 요리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주코코맘의 미각’을 운영한다.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구독자 수가 2만 명을 넘었다. 평소 유튜브로 요리 영상을 즐겨 봤던 그는 딸의 권유로 요리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김치 담그는 법부터 각종 나물, 장아찌, 조림, 볶음 등 다양한 반찬을 만드는 법뿐 아니라 리코타 치즈, 떡 케이크, 과일 찹쌀떡 등 유행하는 음식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처음에는 제가 잘하는 음식 위주로 했는데 하다 보니 멍게젓갈 등 새로운 메뉴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그의 콘텐츠는 딸에게 자상하게 요리를 가르쳐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쉽다. 재료 준비부터 요리, 촬영, 편집까지 전부 그가 직접 만든다. 한 편을 만드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 “처음에는 안 하던 걸 하려니 너무 어렵고 어색했어요. 지금도 너무 부족한 게 많아요. 그런데 이걸 찍으면서 제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고, 뭔가 할 줄 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조금 더 기쁘게 살게 됐어요.”

연륜에서 나오는 가식 없는 진실이 주무기

20대 때 피아노 강사를 했던 정성희(60)씨는 최근 환갑 잔치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를 계기로 책 ‘환갑엔 유튜브 잔치’(더로드 발행)도 펴냈다. 정씨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를 주로 찍는다. ‘혼자 노는 법’, ‘아코디언 배우기’, ‘5060 스타일 변신’ 등이다. 서투르지만 평범해서 공감대를 산다. “운동이나 문학생활 등 다양한 취미를 해봤지만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시간만 가고 기억도 잘 남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니 의미가 있더라고요. 제 또래에 인터넷을 못해서 사회복지서비스, 카드신청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이들도 수두룩한데, 제가 유튜브를 하면서 기술을 터득하니까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상을 찍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이 나이에 성격도 좀 더 활발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스마트 시니어의 주무기는 연륜에서 나오는 가식 없는 진실성이다. 뛰어난 영상미가 아니고 일급 정보가 없어도 끈기와 노력으로 일궈낸 진실성이 담겨 있다. “운동도 제가 해보니까 20대의 운동이랑 50대 이상이 하는 운동은 확연하게 달라야 하더라고요. 그런 차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게 아닐까요.”(천유조) “오스카상을 탄 배우 윤여정에 열광하는 이유도 가식 없는 솔직함, 시대를 살아온 당당함에 열광하는 거잖아요. 그건 결코 돈이나 능력으로 살 수 없는 거니까요.”(정성희)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