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뒤 급반등한 직후부터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다. 올해 4월 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국내외 주식 운용액은 83조3,000억 원으로 기존 최대 금액이었던 2018년(23조5,000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운용액이 큰 폭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금액 또한 크게 증가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빚내어 투자한다는 ‘빚투’라는 신조어도 덩달아 유행했다.
지금의 주식 열풍은 문제가 없을까? 이대로 지켜보아도 괜찮은 걸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은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식 직접투자 행태 및 투자자산 인식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남자의 41%, 여자의 29%가 주식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주식 직접투자자의 비율이 높아, 여성보다는 남성이 직접투자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주식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부터 직접투자를 시작했을까? 직접투자를 시작한 시기에 대해 물었을 때 ”코로나19가 확산되었던 2020년 주식 직접투자를 시작했다“는 23%,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올해부터 시작했다“는 20%로 조사되었다. 즉, 주식 직접투자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접투자를 시작했으며 10명 중 2명은 주식 직접투자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신규투자자인 것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었다. 코로나19 직후 하락했던 주가는 이후 단순한 회복세를 넘어서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는 등 대세 상승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승장에 편승하려는 개인투자자의 1차 유입이 있었고, 주가 상승이 계속돼 올해 1월 7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3,000을 돌파하며 2차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펀드 등 주식 간접투자자를 포함한 주식투자자들에게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할 것인지 물었다.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10명 중 9명은 앞으로도 주식투자를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10명 중 4명이 앞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주식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를 지속할 것이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도 주식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개인 주식투자자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주식 열풍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직접투자자 10명 중 3명(27%)은 금융기관 등을 통해 빌린 부채를 이용해 자신의 원금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직접투자자 10명 중 1명은 투자금액 중 빚이 80%를 넘어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빚내어 투자한다는 ‘빚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액 중 부채가 80% 이상인 ’빚투‘를 하고 있는 응답자를 연령대와 성별로 나누어 다시 분석해 본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빚투 비율이 높아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적인 투자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간접투자를 포함한 주식투자자에게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주식 및 펀드에 대한 지식수준을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주식투자자의 48%는 자신의 투자지식 수준을 낮다(투자결정을 스스로 내려본 적이 없거나, 조언을 받아 거래할 수 있는 정도)고 평가했고, 자신의 지식수준이 높다(전문기관 리포트, 혹은 직접 찾은 투자정보를 수집·분석해 투자를 스스로 결정)는 응답은 겨우 7%에 그쳤다.
주식 투자열풍으로 개인투자자의 수는 늘고 ’영끌‘, ‘빚투’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식투자자의 절반은 스스로를 타인의 도움 및 조언 없이 스스로 주식투자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간접투자를 포함한 주식투자자에게 도박중독 자가진단 문항(단축형 K-PGSI 도박중독 척도)을 주식과 관련된 문항으로 변형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주식투자로 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금액 이상을 투자한 적 있다”(34%), “주식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평소보다 무리하게 투자한 적 있다”(19%) 등 10명 중 2명은 과도한 주식투자에 대해 약간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의 “주식투자 행위가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14%), “주식투자 행위로 인해 본인이나 가정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11%) 등 10명 중 1명은 스스로 문제가 될 만한 상황임을 느끼거나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어 주식투자에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산 간 인식의 차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주식 및 펀드, 부동산 각각에 대해 가격상승으로 인해 좌절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지 물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응답(59%)이 주식 및 펀드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응답(39%)보다 더 높았다. 한편 한국을 불공정사회라고 평가하는 그룹에서는 부동산 66%, 주식 및 펀드 43%로 나타나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최근의 부동산 급등,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인해 재산의 양극화가 심해진 것과 우리 사회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간의 상관관계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주식 및 펀드, 부동산 각 투자자산에 대해 투자에 가까운지 투기에 가까운지 물었을 때 부동산 67%, 주식 30%로 주식보다는 부동산을 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물었을 때는 주식 60%, 부동산 33%로 부동산보다는 주식에서 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 사람들에게 주식과 부동산이라는 투자자산에 대해 각각 물었을 때 부동산을 상대적으로 투기에 가까운 자산이지만 손실에 대한 불안감은 적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깝지만 손실에 대한 불안감은 덜 느낀다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인식은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빚투’, ‘영끌’ 같은 공격적인 투자가 열풍처럼 늘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바구니에 자신의 모든 자산을 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깊은 고민 대신 '주변 사람들도 다 한다더라'는 유행따라 하는 투자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 이상을 빚내어 하는 무리한 투자는 지양하고 자신의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차원에서 건전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투자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심재현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