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리그 팀의 유럽슈퍼리그(ESL) 참여 결정에 화가 난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바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의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경기가 연기됐다. 팬들 시위로 EPL 경기가 무산된 건 처음이다. ESL 참가를 선언했던 EPL 구단들이 모두 탈퇴했지만 후폭풍은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맨유의 홈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리버풀과의 경기가 팬들 시위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이날 1,000여명의 팬들이 구장 앞에 모였는데, 이내 100명가량이 경기장 안까지 들어왔다. 이들은 폭죽과 조명탄을 터뜨리며 경찰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이 다쳤다. 맨체스터 경찰은 “대부분 평화적으로 자기 뜻을 나타낼 생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팬 시위로 EPL 경기가 연기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후속 경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팬들이 시위에 나선 건 지난달 논란이 됐던 ESL 때문이다. ESL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 빅 클럽들을 모아 창설하려던 독자 리그다. 다른 리그와는 달리 승강제나 경쟁 없이 참가 팀이 고정된다. 지난달 18일 출범을 선언하자 유럽 축구팬들은 ‘그들만의 리그’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영국 정부도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파장이 크자 결국 출범 이틀 뒤 맨유를 비롯해 참가를 선언했던 EPL 팀들은 모두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쌓였던 팬들의 불만이 ESL 소동을 계기로 터진 형국이어서다.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10억파운드(1조5,468억원)를 빼돌려 구단이 쇠퇴했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ESL 참여 결정으로 팬들을 외면하고 이익만 좇으려 한 책임까지 지고 글레이저 가문이 물러나야 한다고 팬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맨유 구단은 성명을 통해 “팬들은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평화적인 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경찰과 다른 팬들을 위험에 빠뜨린 행동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축구협회 역시 경찰과 별도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