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리화나 환각성분 함량 '상한선' 논쟁 팽팽

입력
2021.05.04 05:10
정치권 및 시민단체 "THC 함유량 상한 둬야"
마리화나 업계 "제한시 이용자 음지로 몰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합법화 재도전

마리화나(대마초)의 환각 성분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미국 전체 50개 주(州)의 3분의1 이상이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 각 주정부가 제품 내 환각 성분 함유량을 얼마나 둬야 할지를 놓고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아직은 함량이 높을수록 중독성이 커지는 만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관련 업계는 이런 제재 조치가 오히려 시장을 음성화할 것이라고 반대한다. 그간 기호용 마리화나를 불법으로 규정했던 연방정부도 논쟁에 끼어들 태세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마리화나 제품의 환각 성분 함유량 상한선 적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현 연방법은 마리화나 흡연과 소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970년 일찌감치 마리화나를 ‘의료적 가치는 없고 남용 가능성이 높은’ 마약 물질로 분류해 놨다.

그러나 주정부들은 마리화나와 관련한 독자적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한 주는 워싱턴을 포함, 38곳에 이른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등 18개주는 21세 이상 성인에게 담배처럼 언제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한 기호용까지 합법화했다.

때문에 이제 미국사회에서 마리화나 이슈의 쟁점은 ‘피워도 되느냐’가 아닌 ‘환각 성분을 얼마나 허용하느냐’가 됐다. 마리화나는 말린 잎을 포함해 캡슐, 농축액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는데, 제품 안 향정신성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주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 함량에 제한을 둘 것인지가 핵심이다.

아직 함유량 기준은 없다. 폴리티코는 “버몬트주만 잎 제품 등의 THC 함량을 30%로, 농축액은 60%로 한정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규제론자들은 THC 함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실제 연방정부가 압수한 마리화나 제품에 포함된 THC 평균 수치는 1995년 4%에서 2019년 14%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중독성이 급격히 강해졌다는 의미다.

정치권도 THC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알렉 가넨 콜로라도주 하원의장은 “젊은이들이 고농축 마리화나 제품을 이용할 경우 뇌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당연히 반발한다. 콜로라도주 ‘마리화나산업그룹’의 트루먼 브래들리 사무총장은 “함량 제한이 공중보건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의료용이든 기호용이든 당국이 나서 THC 함량에 손을 대면 불법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소비자가 훨씬 많아질 것이란 논리를 댄다. 모건 폭스 전미대마초산업협회 대변인은 “농축액 같은 고효율 제품은 마리화나 소비자들 사이에 상당한 수요가 있다”면서 “규제로 제품 생산이 중단될 경우 음성 시장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반 여론이 팽팽한 만큼 일단 주정부들은 THC 제한에 앞서 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대안을 내놨다. 대표적으로 일리노이주는 마리화나에 7%의 도매세뿐 아니라 THC 함량에 따라 10~25%의 별도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연방정부도 마리화나 합법화를 전제로 뒤늦게 논쟁에 가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기호용 마리화나를 전면 허용하는 입법에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2018년에도 합법화를 추진했으나 공화당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물론 통과는 자신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기호용을 포함한 전면 합법화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대통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화당은 소수를 제외하곤 마리화나 허용 자체에 부정적이다.

슈머 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법안 제정을 밀고 가겠다고 공언했다. 더 이상 마리화나 금지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은 불필요한 만큼,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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