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급증, 한국만의 얘기 아냐… '부글부글' 전세계 부채, 금리 오르면 신흥국부터 터질 것"

입력
2021.05.02 23:45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코로나19 대응에 세계 정부 채무 GDP에 근접
신흥국 증가 속도 선진국보다 빨라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융 불안' 가능성

지난해 세계 각국의 정부 채무가 연간 총생산(GDP)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 인플레이션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나랏빚'이 한국 만의 걱정이 아닌 셈이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글로벌 부채 누적 추이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9년 GDP 대비 83.0% 수준이었던 글로벌 정부 채무는 지난해 98.6%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투입에 나선 영향이다.

2019년 GDP의 104.3% 수준이었던 선진국의 정부 채무는 124.2%까지 높아졌으며, 신흥국 정부 채무는 2019년 52.1%에서 지난해 60.8%로 뛰었다.

특히 신흥국 채무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GDP 대비 비율로 따지면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신흥국이 GDP 대비 부채 규모를 62.6% 늘릴 동안 선진국은 27.1% 늘어나는 수준으로 관리해 왔다. 그러면서 신흥국의 국가 채무는 GDP의 3분의 1 수준(2010년 37.4%)에서 60% 이상까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민간 채무까지 더하면 신흥국의 빚은 2019년 기준 GDP의 176%까지 치솟는다. 민간 채무가 정부의 두 배 수준인 셈이다.

누적된 빚은 과거에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위기의 뇌관이 돼 왔다. 예정처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세계 경제는 총 세 차례 ‘빚 누적’ 파동을 경험했다. 처음은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신용위기, 그 뒤로 1990년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졌다.

황종률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세 차례 부채 파동의 시작은 대출을 부추기는 낮은 수준의 글로벌 금리와 관련이 있다”며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이나 대출 비용 급증 등을 야기하는 경제적 충격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정처는 이번의 채무 누적 국면이 과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쌓이기 시작한 빚이 해소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더 가파른 속도로 쌓였기 때문이다. 당장은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표면화 하지는 않았지만, 이 우려가 현실화 할 경우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둔화,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 동안 늘어난 빚도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분석관은 “코로나19 상황 개선으로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지속할 경우 선진국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금융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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