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명인전] 우상과 조우

입력
2021.05.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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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현유빈4단 백 이창호9단 패자부활 1회전<1>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서 최연장 기사와 최연소 기사가 만났다. 현유빈 4단은 2002년생 신예 기사. 이번 대회 최연장자인 이창호 9단과의 나이 차는 27세에 이른다. 프로기전 본선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현유빈 4단은 프로 입단 인터뷰에서도 가장 존경하는 기사로 이창호 9단을 꼽았다. 이창호 9단의 실력과 인품을 모두 닮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살짝 긴장한 듯 모습이다.

흑5의 삼삼침입에 백8, 10의 대응은 이창호 9단 특유의 온화한 응수. 인공지능 등장 이후 다양한 형태의 삼삼침입 정석이 등장했지만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선수를 잡은 현유빈 4단은 좌상귀 역시 삼삼에 침입한다. 1도처럼 대응한다면 극단적인 실리 대 세력 구도의 포석이 된다. 후수를 잡지 않기 위해 흑6에 붙일 때 백7로 손을 빼는 것이 핵심. 이창호 9단이 세력 작전을 선호하진 않기에 실전엔 백14 방향으로 막았다. 백20은 2도 백1에 젖히는 것도 고려할 만한 수. 흑은 흑2, 4로 응수하는 편이 낫다. 좌상귀만 놓고 보면 조금 당한 모습이나, 흑의 자세가 좌하 백 세력을 적절하게 견제해서 괜찮다. 흑2로 A에 막는 것은 백8로 끊어서 백의 주문. 실전은 흑이 재차 선수를 잡으며 흑27로 상변을 차지했다. 고요한 초반 진행이다.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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