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인간의 기대

입력
2021.05.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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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마루야마 동물원 점박이하이에나

동물원은 문명 윤리의 급소 같은 공간이다.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아무리 넓고 좋은 환경을 갖추든 '창살'을 둘러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용된 동물은 끝내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와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병들기도 하고, 용케 적응한 개체는 거꾸로 야생성, 태생적 존재성을 훼손당한다. 동물원에서 들려오는 뭉클한 '이야기'들에 선뜻 동조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죄의식 탓일 것이다.

물론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다치거나 어려서 어미를 잃어 동물원에서 보호받는 경우도 있고, 그런 개체를 보살펴 야생에 방사하는 쉼터 같은 동물원도 있고, 멸종 위기종을 연구하고 인공번식시켜 종 보존을 도모하는 곳도 있다. 그런 순기능에 주목하는 이들은 동물원을 '노아의 방주'에 비유한다.

사실 다양한 기후, 환경의 서식지를 다 돌아다녀야 어렵사리 볼 수 있는 신비의 생명체들을, 가난한 사람도 한 공간에서 일부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다. 얼룩말을 보고 싶어 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위해 난민단체 회원들이 당나귀 몸에 페인트로 줄무늬를 그려 넣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삿포로 '마루야마(円山) 동물원'이 2차대전 직후인 1951년 5월 5일 문을 열었다. 5월 5일은 1948년 공포된 일본의 어린이날이자 공휴일이고, 마루야마 동물원은 지금도 어린이에겐 무료다

이 동물원의 이름이 귀에 익은 건, 대전시가 2010년 삿포로시와 자매결연하며 점박이하이에나 암수 한 쌍을 기증했는데 숱한 번식 시도와 실패 끝에 2014년 10월에야 두 마리 모두 수컷이란 게 확인됐다는 사연 때문이다. 점박이하이에나는 암컷 음핵이 음경처럼 비대하고 수컷 항문동맥이 암컷 성기처럼 부풀어 외생식기로는 구별이 특히 어렵다고 한다. 사육사도 애탔겠지만 두 수컷도 인간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동물원 측은 2019년 9월 사육 포기 대상 목록에 점박이하이에나를 포함시켰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