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서울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채 잠들었다가 실종된 20대 대학생이 실종 엿새째인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의 머리 부분에서는 상처가 여러 곳 발견됐는데, 유족 측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사인을 밝혀달라"며 부검을 요청한 상황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50분쯤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22)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씨의 시신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승강장 인근에서 불과 20m 떨어진 수상에서 발견됐다. 주변을 수색하던 구조견에 의해 발견된 A씨는 실종 당시 입었던 긴팔 셔츠와 검정 바지 차림 그대로였다.
경찰은 시신에서 발견된 주민등록증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시신을 처음 확인한 민간구조사는 "최근 (만조로 인한) 바닷물 역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졌다"며 "이후 물이 빠지면서 시신이 원래 자리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주변 목격자 증언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실종 당시 상황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변사 사건 처리 규칙에 따라 종합적으로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 유족 측은 "아들의 상처가 왜 생긴지 알아야 한다"며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A씨 아버지는 이날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들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생전과 똑같았다"며 "검안 결과 머리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의 상처 2개가 나 있었는데,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깊어 마치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이 있다면 잡혔으면 좋겠고, 아들이 잘못한 거라면 아이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이 그곳에서 술을 덜 마시면 좋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CCTV 등 미흡한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부검은 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과 A씨 가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4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친구와 한강변에서 술을 마신 뒤 잠든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 B씨는 오전 4시 30분쯤 잠에서 깨 귀가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오전 3시쯤 깼을 땐 친구가 옆에 잠들어 있었지만, 다시 깼을 땐 보이지 않아 집에 간 줄 알고 귀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최면 조사를 받는 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아버지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전날 전단지 1,200여장을 배포하고 시민들에 제보를 요청하는 등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터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A씨 아버지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세상을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기도 하다. 노력하고 기다려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