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되거나 편향되게 이끌지 않고, 역동성 넘치는 국민의힘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30일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된 김기현(4선ㆍ울산 남구을) 의원이 강조한 키워드는 내부적으로는 '쇄신', 외부적으로는 '대여투쟁'이었다. 경선 토론에서 그는 스스로를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활'에 비유했다. 쇄신과 투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대여 투쟁을 강조한 김태흠(3선ㆍ충남 보령서천) 의원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어 100표 가운데 66표를 얻었다. 권성동(4선ㆍ강원 강릉), 유의동(3선ㆍ경기 평택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받은 지지를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승기를 굳힌 것이다. 하지만 쇄신을 둘러싼 내부 이견과 거대 여당의 독주가 예상되는 원내 상황 등은 순탄치 않은 그의 앞날을 예고한다.
김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원 구성 재협상이다. 당 내부에서는 4ㆍ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 거대 여당의 독주에 심판을 가했다고 보고, 원 구성 협상을 재개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관례상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석인 법사위원장에 친문재인계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내정했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등을) 돌려주고 말고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돌려줘야 할 의무만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범법자의 위치에 있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일단 박병석 국회의장은 다음 달 7일까지 여야 간 협의를 진행하라고 했다. 강성 윤 원내대표에 맞서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 원내대표가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차기 당대표가 뽑힐 때까지 한 달가량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김 원내대표의 또 다른 과제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구심점 역할이다. 경선 기간 당 내부 대선주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 원내대표는 "대선주자들이 역할과 책임을 겸할 수 있도록 당에서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손을 잡겠지만, 당장은 당내 주자들부터 챙기겠다는 얘기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도 당분간 이런 흐름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합당을 위한 합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선 막바지까지 당 내부에서 제기된 '지역구도' 문제도 김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 내부에서는 김 원내대표에 이어 당대표까지 영남 출신이 되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외연 확장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실제 주호영(5선ㆍ대구 수성갑)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경태(5선ㆍ부산 사하을) 조해진(3선ㆍ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윤영석(3선ㆍ경남 양산갑) 의원 등 당권 도전을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의원 다수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주요 기반이 영남인데 영남당이 안 된다고 하는 건 주요 지지기반을 버리겠다는 뜻이냐"라면서도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정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