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앞바퀴와 작은 뒷바퀴의 조화가 돋보이는 자전거 '페니파딩'은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앞바퀴가 점점 커지는데, 사람이 바퀴 바로 위에 타기 때문에 작은 돌멩이만 만나도 부상 위험이 컸다. 게다가 도로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뼈가 흔들릴 정도라 ‘본 셰이커’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1885년 체인이 도입되고 다이아몬드 모양의 프레임이 개발되면서 안전성이 강화됐다. 여기에 1888년 J. B. 던롭이 공기 타이어를 발명하면서 승차감도 향상됐다. 19세기 말 영국 ‘자전거 버블’의 시작이다.
1895년 연말부터 이듬해 5월 20일까지 자전거 주가지수는 258% 상승했다. 1896년 4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자전거 주가 폭등은 거의 광기 수준”이라는 경고 기사가 실렸다. 버블은 이듬해 3월부터 꺼지기 시작해 그해 말까지 주가가 40% 하락했고, 1910년 141개의 자전거 회사 중 21개만 살아남았다. 수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던롭’은 세계적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라일리 앤드 로버’는 자동차 회사로, ‘휴스 존슨 스탬핑’은 비행기 회사로 성공을 거둔다.
비효율적 기업의 실패를 바탕으로 혁신 기업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 것이다. 버블은 터지기 마련이고, 늘 여러 피해를 남긴다. 하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버블처럼 경제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기는 ‘나쁜 버블’이 있고,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처럼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 ‘좋은 버블’도 있다. 자전거 버블은 좋은 버블 쪽이다.
경제학자 윌리엄 퀸과 존 D. 터너는 책 ‘버블 : 부의 대전환’에서 버블이 생기는 조건은 불이 발생하는 세 가지 조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시장성’은 투자 대상 분할 가능성, 거래자 찾기 용이성 등으로 불이 붙는 필수 요소인 산소와 비슷하다. 둘째는 ‘돈과 신용’으로 낮은 이자나 돈 빌리기 쉬운 환경, 국채 같은 안전자산 수익률이 낮은 경우다. 불의 연료다. 세 번째는 ‘투기’로 투자 대상의 가치보다는 팔아서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매수하려는 기세이다. 열기에 해당한다.
이를 가상화폐에 대입해보면 어차피 버블 형성을 막기 힘들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어떤 버블로 막을 내릴까. 퀸과 터너는 좋은 버블과 나쁜 버블의 기준도 제시한다. 정치적 의도로 조성되고 높은 자본 레버리지로 버블이 커진 경우는 대부분 나쁜 버블이 된다. 반대로 기술로 촉발되고 자본 레버리지가 낮은 경우는 충격도 작고 ‘창조적 파괴’로 매듭지어질 확률이 높다. 가상화폐는 기술이 촉발한 버블이며, 정부와 금융기업들이 규제 일변도라는 점에서 자본ㆍ금융 레버리지도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상화폐와 불가분의 관계인 블록체인 기술 발달을 촉진하는 좋은 버블이 될 수 있다.
가상화폐 버블을 좋은 버블로 매듭짓게 유도하는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미 버블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버블이 터진 후 고통을 완화하고 좋은 결과를 맺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가상화폐를 모두 불법으로 치부하지 말고, 옥석을 가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초기 코인 공개’(ICO) 제도화로 문턱을 높여, 가상화폐 개발 용도가 무엇이고 이를 실현할 기술을 갖췄는지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함께 버블을 키우는 연료를 줄일 수 있다.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금융 통신 물류 의료 등 다양한 산업과 본인 인증 여론조사 선거 등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버블이 두려워 이런 잠재력을 외면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