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 어린이가 꿈꾸는 미래

입력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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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첫 번째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남긴 말이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일제강점기의 어린이가 독립운동의 역군이 되었고, 세계 최빈국의 어린이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정의할 수 없다던 X세대 어린이가 IT강국의 주역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어린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1년 만에 디지털 전환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린이들이 청년이 되는 2030년대나 장년이 되는 2040년 이후의 미래는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다만 ‘알파세대(2010~2024년 출생)’로 불리는 지금 어린이들의 성장배경과 특성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단서를 찾아볼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하고 AI스피커와 대화하며 자란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직관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탐구하고 습득하는 기술친화적 세대이자 삶의 모든 측면에서 기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세대라는 것이다.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화면을 넘기거나 버튼을 클릭하는 법을 먼저 체득한 이들은 주의집중 시간이 매우 짧고 활자보다 영상과 이미지를 선호하지만,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패턴을 보인다.

또한,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혹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온라인 접속이 가능했던 유선인터넷 시대를 경험한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현실 세계와 온라인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성장한 최초의 세대이다. 이들에게 인터넷 세상은 물리적 환경과 마찬가지로 자아를 표출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확장된 생활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디지털 기술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자란 이들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국제화된 세대이며, 온·오프라인 세상 모두로부터의 균형 잡힌 만족을 추구하는 한편 가족과 친구, 행복과 건강 등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까다로운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알파세대는 유소년기라는 인생의 중요한 발달단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C-쇼크(공급망 위기)’와 물리적 고립을 겪으며 의도치 않은 글로벌 실험대상이 된 유일한 세대이다. 또한, 점차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와 경제양극화 및 사회 불평등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하고, 22세기를 내다보는 ‘평생벌이’를 준비해야 하는 안쓰러운 세대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 알파세대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막론하고 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소득 창출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적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평생학습’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시대, 한 세기 앞을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과거의 지식과 성공방식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것처럼 미련하고 우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곧 어린이날이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다”는 방정환 선생의 말을 상기하며, 우리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다양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