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개와 고양이를 인위적으로 교배해 품종이라는 걸 만들어냈습니다. 이른바 '품종견', '품종묘'라고 불리는 동물들입니다. 사람이 원하는 외모를 얻기 위해 혈통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근친교배했고 이는 유전병이나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동물이 태어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에는 더 특이하거나 원하는 특징의 품종을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도그', '디자이너 도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품종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골든두들', 몰티즈(말티즈)와 푸들을 교배한 '말티푸' 등입니다. 하지만 각 품종의 장점이 결합되기는커녕 두 품종이 가진 유전적 질환의 발병 가능성만 두 배가 된다고 하네요.
더욱이 번식에 이용되는 동물들이 사는 환경도 열악합니다.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인데요. 지난해 여름 동물권단체 카라는 경기 의정부 재개발 지역에서 보더콜리 전문 훈련소를 위장해 불법번식, 판매를 했던 곳으로부터 28마리의 개를 구조했습니다.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 속 개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훈련소 옆 수풀 사이에 여러 구의 개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죠. 말론(2세 추정∙수컷)도 당시 훈련소에서 구조됐습니다.
말론은 개량한 품종끼리 또 교배를 시킨 '더블멀'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멀(morle)은 얼룩덜룩한 패턴의 털색을 말하는데요. 번식업자들은 라일락멀, 레몬멀 등 다양한 색의 보더콜리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멀 사이에서 또 교배를 시킨 개체를 더블멀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난청이나 저시력, 눈의 기형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말론도 귀가 들리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론은 구조 당시 심각한 빈혈상태로 수혈을 네 번 맞고서야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지만 손짓을 통해 '앉아'를 배웠고, 하네스(가슴줄)를 채우려 하면 산책 나가는 줄 알고 얌전히 기다린다고 해요. 개 친구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하고, 활동가가 다른 개 친구와 노는 틈을 파고 들어 애정을 갈구할 정도로 사람을 따른다고 합니다.
말론은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놀이를 매우 좋아하고 밝고 명랑한 성격이라고 해요. 최근에는 원반 놀이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카라 활동가 김보라씨는 "함께 있으면 정말 똑똑한 반려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말론에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고, 에너지를 충분히 해소시켜줄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입양문의: 카라
https://www.ekara.org/kams/adopt/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