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었던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5명이 “헌재가 의원직 상실도 함께 선고한 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의원직 회복을 요구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해산된 정당이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면 소속 의원도 국회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4월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지 5년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1월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헌재에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이듬해 12월 헌재는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며 정당 강제해산과 함께, 소속 국회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이 전 의원 등은 이에 반발, 2015년 1월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통진당 해산은) 헌법 해석ㆍ적용에 최종 권한이 있는 헌재가 내린 결정이어서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2심은 이와 달리, 본안 심리를 진행한 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선 “이미 내란선동죄 등으로 징역 9년ㆍ자격정지 7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4명 의원과 관련해서도 “해산된 정당의 사상이나 이념을 따르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을 계속 허용하면, 위헌정당 해산결정의 실효성이 사라진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정당 해산 땐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도 자동 상실’이라는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자 정당에 영향을 받아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지위에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해산됐음에도 소속 의원들이 직을 유지한다면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해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산결정을 받은 정당 소속 의원들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이 이뤄지는 국회에서 배제해야 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 법정에선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병윤 전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법정에서 대법관들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일으켜 법정 밖으로 끌려나갔다. 김재연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가배상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과 관련해선 ‘의원직 유지’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이날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전북도의회 의원이었던 이현숙 전 의원이 낸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방의회의원과 국회의원은 역할과 지위가 본질적으로 다르고, 정당해산 결정으로 곧바로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곧바로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전 의원은 전북도의회 의원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