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강원 화천군에 편지 1통이 배달됐다. 국제우편 소인이 찍힌 편지를 보낸 사람은 미국 뉴저지주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인 A할머니.
봉투를 열어보니 100달러 지폐 10장과 '어려운 에티오피아 후손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는 짤막한 메모가 들어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을 돕는 장학사업에 힘을 보태 준 것이다.
할머니는 지난해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장학사업을 알게 된 지난해 1,000달러 수표와 편지를 보냈다. 올해도 어김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화천군에 부탁했다.
"한때 한국에서 어렵게 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기부를 결심했다"는 그는 "이국만리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피 흘린 용사와 그 후손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도 따뜻한 마음을 베푼 할머니에게 최문순 화천군수가 답했다. 최 군수는 편지에서 "타인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며 "장학금을 보내주셨다는 소식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난다"고 적었다.
이어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에티오피아 현지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화천군은 2009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돕기 사업을 시작했다. 72년 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공산정권의 치하에서 심한 핍박을 받으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참전용사 후손 308명이 화천군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최 군수는 "장학생들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견인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