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에 위기감을 느낀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금융 및 사업용 인터넷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생활고에 빠진 군인들은 마구잡이 체포 뒤 시민들에게 석방금까지 갈취하고 있다. 쿠데타 발발 88일을 맞은 29일 군부의 통제력은 곳곳에서 금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군부는 최근 일부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외국계 기업의 비지니스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사용 재개를 허가했다. 군부가 구체적인 명단까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들은 국영통신사 MPT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군부는 인터넷검열위원회 지시에 철저히 따르는 조건 아래 필수 경제 활동과 관련된 인터넷 서비스 역시 추가로 열어 줄 방침이다. 다만 선별적인 허용에 그친다.
현지 정보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군부의 이번 조치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상황 때문이다.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로 봉제·자원·광물 산업을 통한 외화벌이 길이 대부분 막혔다. 여기에 현지 은행들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가담하면서 현장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통한 자금 인출도 쉽지 않다. 월급마저 뽑지 못하는 건 군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면 세금 징수가 어려워 국가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며 "해외 비자금까지 마른 군부로선 우선 금융을 뚫은 뒤 외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어떻게든 재개시켜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시위 진압군은 총을 든 강도로 돌변했다. 양곤 등 대도시에 주둔 중인 군인들은 최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체포한 뒤 가족들에게 30만짯(약 21만원)의 석방금을 요구하고 있다. 상점 등의 물건을 훔치던 쿠데타 초반 우발적 약탈은 이달 들어 시위 참가자 수색을 빌미로 가정집에 진입해 현금과 휴대폰 등을 강탈하는 범죄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군을 탈영한 툰 밋 전 77경보병사단 대위는 "생활고에 빠진 군인들이 범죄로 수입을 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시민들을 착취하는 데 익숙해진 그들은 군이 아니라 그저 무장 강도"라고 비판했다.
반(反)쿠데타진영은 빠르게 결속을 다지고 있다. 국민통합정부(NUG)와 함께 연방군 창설을 준비 중인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EAO)는 전날부터 나머지 100여개의 소수민족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무장한 시민군은 이날 중부 마궤에 위치한 공군기지 두 곳에 폭탄공격을 감행했다. 일반 시민은 새벽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침묵 속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팻말만 들고 뜨는 해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