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려 美 뭉치려는 바이든… "겨룰 수 있게 도와달라"

입력
2021.04.30 00:10
대규모 투자案 공화 동의 얻으려 외부 적 설정
무역 합의 이행도 본격 시비… 갈등 재연 조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 수위가 낮아질 줄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되레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중국과 겨룰 수 있게 도와 달라”는 호소는 초당적 지지가 필요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쓰는 수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첫 상ㆍ하원 합동 연설에서 새삼 위기감을 환기시키며 강력한 대중(對中) 승부욕을 드러냈는데, 특히 부각한 게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경쟁 구도였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독재자는 민주주의가 독재의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 여긴다”며 “21세기를 중국에 넘기지 말고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부탁했다.

△인도ㆍ태평양 지역 군사력 △경제ㆍ기술 패권 △인권 등 3가지 핵심 대중 의제가 망라된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의지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앞서 백악관에서 방송사 뉴스 앵커들과 만났을 때 이미 시동을 걸었다. “민주주의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미국이 독재 국가와 겨루려면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민주주의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시 주석 생각”이라고 했다. 4조달러(4,432조원)가 넘는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안이 여야가 50석씩 양분한 상원에서 통과되게 만들기 위해 의회 공감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게 CNN방송의 해석이다.

외부 적(敵) 설정은 자국 내 정치적 난국을 돌파하려 바이든 대통령이 구사하는 전략인데 이제 예열을 마친 기색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체결된 무역 합의를 중국이 이행했는지가 본격 시빗거리가 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바이든 새 정부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중국이 미국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 때 발언은 정황상 미중 무역 갈등 재연을 예고한다. 타이 대표가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게 하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이 합의 이행 첫해 1분기에 목표치의 40%도 채우지 못했다는 게 워싱턴의 통상 분야 유력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채드 브라운이 AFP통신에 한 이야기다. 지난해 1월 미중은 당시 2년간 이어진 무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추가 고율 관세 부과를 미루는 조건으로 중국이 올해까지 미 제품 구매를 최소 2,000억달러(221조원) 늘린다는 내용의 ‘1단계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

중국은 이번 행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유화적일지 모른다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 기대를 접는 눈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9일 사설에서 극도로 비우호적인 중미 간 분위기의 일상화에 이제 중국이 적응해야 한다며 경쟁의 핵심은 결국 실력 성장 속도라고 주장했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