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 정책에 따라 도심 지역 제한속도가 시속 50km로 하향된 지도 2주가 지났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기에, 그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다.
불만의 대부분은 도심 주행이 너무 답답해졌다는 것인데,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하기 전 홍보문구가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였지만, 막상 속도를 줄이니까 사람대신 계기판만 보게 된다는 점에서 안전에 허점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지금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적응되리라.
그런데 안전속도 5030 정책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임에도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안전과 함께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환경에 관한 문제, 즉 자동차 연비에 관한 문제이다.
자동차의 연비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08조의2에서 기준을 규정하고 있고, 세부 시험방법은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데, 동 고시에 따른 도심주행 연비 측정 방법은 1975년 미국 도심지역 차량 흐름을 반영한 연비 측정방법인 FTP-75 모드를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아래는 FTP-75 모드를 기준으로 한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량 시험방법을 나타내는 그래프인데, 17.85km를 42분동안 주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시속 60km를 전후하여 가감속을 반복하는 시험 구간이 가장 많다. 또한 승차정원 16인 이상 승합차나 버스, 적재중량 1톤 초과 화물차의 경우 시속 60km의 정속주행 상태에서 에너지소비효율 및 연료소비율을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위 고시 별표6).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체로 시속 60km를 전후하여 최적의 연비가 나오도록 자동차를 설계하고 있고, 따라서 시속 50km를 전후하여 변속이 이루어져서 시속 60km에서 최적의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자동차가 많다. 그렇다 보니 시속 50km로 줄어든 도심 제한속도에 맞추어 운전을 하다보면, 변속기가 계속 기어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거나, 시속 60km일 때보다 낮은 기어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엔진 회전수를 더 높게 쓸 수밖에 없고, 높은 엔진회전수를 쓰면서 주행할 경우 배출가스 증가, 특히 미세먼지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과 연비에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낮아진 도심주행 속도에 맞게 연비인증 기준과 시험방법도 변경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도로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들은 시속 60 ~ 80km에서 최적의 연비가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속도 5030의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시·도경찰청장이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지정한 노선 또는 구간”에서는 시속 60km로 제한속도를 조정할 수 있게 한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강 교량과 같이 인도와 차도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거나 왕복 8차로 이상의 대로로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이 어려운 도로 등 보행자 안전과 자동차 주행속도의 관련성이 떨어지는 도로들을 파악하여 융통성 있게 도심 제한속도를 운용함으로써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한속도가 바뀌었음에도 교차로 간 신호체계는 여전히 시속 60km일 때 그대로라 교차로간 연등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교통 흐름이 끊기는 도로들도 많은데, 잦은 정차와 가감속의 반복은 연비 저하와 도심 미세먼지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하향된 속도가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호체계도 조정되어야 한다.
특히 봄철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 시대에 안전과 환경은 어느 하나도 타협하기 힘든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안전속도 5030 정책은 단지 도심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낮아진 도심 제한속도에 맞추어 자동차 연비 시험방법을 변경하고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등 안전속도 5030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관련 제도들에 대한 수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경찰청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당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관심과 협조가 아쉬운 대목이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 및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근무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 관련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 [강변오토시승기]를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MBC 표준FM 라디오 “주말하이킥 이윤석입니다”에서 “강상구 변호사의 카랑카랑”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