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가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과 과잉 방역 논란에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논란을 촉발한 부실 급식 폭로가 나온 지 열흘 만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최근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 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 제공, 입영 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와 각 군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방역관리대책본부의 임무수행 체계를 보완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군의 방역 대책과 장병들의 인권 보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를 불문한 부실 급식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못 먹는 군대가 어떻게 싸움을 하겠느냐"며 "국방 예산이 52조 원인데 1조6,000억 원이 장병 식단비다.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해 올리지 못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서 장관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관철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기재부가 반대하면 앞으로도 안 올릴 것인가"라며 "싸워서라도 관철하라"고 촉구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장병들의 세 끼 급식비가 1만 원도 안 되느냐"며 "군에서 양질의 식사를 받고 안전하게 근무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가세했다. 서 장관은 "코로나19 초기 방역과 대민 지원에 장병을 투입하는 데만 주력했지, 정작 장병들을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앞으로 잘 챙기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국방위에 앞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도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열고 과잉 방역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남 총장은 "최근 일부 부대에서 용사들에 대한 과도한 방역조치로 장병 기본권까지 침해하게 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후방 각지에서 대한민국 육군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와 자녀를 군에 보내주신 국민께 송구하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6일 논산훈련소 등에서 코로나19 방역 차원으로 입소 후 사흘간 세면·양치 제한 및 1주일 넘도록 샤워를 제한하고, 화장실도 일정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인권 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에 국방부와 육군은 "1주일에 3,500명이 입소하는데 코로나19 대응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집단 감염 우려 때문에 좀 강한 방역수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8일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장병의 '부실 급식' 폭로가 계기였다. 당시 제보 장병은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부실한 일회용 도시락 급식 사진을 게재했다. 이후 부실 급식에 대한 추가 제보는 물론 격리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용변 시간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