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총장대행, ‘수술실 사망’ 권대희씨 모친 만나서 한 말은?

입력
2021.04.28 23:00
"국민 억울함 풀어주는 검찰 돼야"
"CCTV 설치 의무화 입법활동 존중"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수술 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사망 당시 25세)씨 모친을 만나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검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씨 모친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조 총장대행은 2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이 소장을 만나 "권씨 사건을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면담은 이 소장이 요청하고 조 총장대행이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이 소장은 권씨를 방치하고 사망케 해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의료진의 공소장을 변경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소장은 면담 후 "조 총장대행에게 '아이를 죽인 의사에 대한 복수심에서 처벌해달라는 게 아니라 억울한 사람이 계속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총장대행은 이에 대해 "취지에 공감하고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하는 게 국가기관의 의무"라며 "다만 (공소장 변경의 경우) 법리와 증거를 갖고 판단해야 하니까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조 총장대행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입법 활동을 하는 부분을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씨는 2016년 9월 8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안면윤곽 성형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중태에 빠져 49일 후 숨졌다. 이 소장이 입수한 CCTV 영상엔 권씨가 수술대에서 3,500cc(성인 남성의 체내 혈액 총량은 통상 5,000cc)의 혈액을 흘리는 동안 의사 없이 간호조무사 혼자 지혈하는 모습이 담겼다.

검찰은 지난 2019년 11월 '주의 의무를 위반했고, 수술 후 경과 관찰 및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병원장 장모(52)씨와 의사 신모(32)씨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두 의사가 간호조무사 전모(27)씨를 혼자 남겨둔 채 수술실을 떠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만든 혐의(의료법 위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 또는 방조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의사면허 정지도 가능하다.

유족은 '검찰 기소는 반쪽짜리'라며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지만 지난해 2월 기각되자, 마지막으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법원이 유족 주장을 수용하면서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졌다. 결국 장씨와 신씨, 전씨는 현재 의료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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