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들에게 고가의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정(58)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의 벌금 150만원에서 감형된 것으로,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김 의원은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김용하)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의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당초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돼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던 김 의원으로선 이번 항소심 판결로 당선무효를 피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김 의원은 2019년 10월 경기 남양주시 한 식당에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4명과 식사하던 중 시가 70만원 상당의 30년산 고급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1심은 “선거법은 주류 제공을 특별히 경계하면서 금지하고 있는데, 참석자들은 각각 회원 수 1만~2만명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 그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당선무효형 선고 사유를 밝혔다.
2심에선 그러나 김 의원 측 항소 이유가 인정되면서 형량도 낮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공된 양주가 일반 매장에선 약 50만원에 판매된다. 원심이 ‘양주 시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는 사실 오인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식사 자리에 동석한 6명 중 4명에겐 약 33만원 상당의 양주가 제공된 것으로 계산됐다.
다만 재판부는 “김 의원 행위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구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추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엔 의원직을 유지하는 형을 선고한다”면서도 “앞으로는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의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선고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양주가 등장한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 1심에선 세세한 문제를 다투지 않았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