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홍보비 공개하라"… 법원, 시민단체 손 들어줬다

입력
2021.04.28 15:04

광주시가 언론사에 지출한 홍보비 내역과 해당 언론사명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는 그동안 행정안전부가 "공개하라"고 안내하고, 법제처까지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무시해 왔던 터라, "시가 시민들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광주지법 제1행정단독 서효진 판사는 참여자치21이 언론 홍보매체명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광주시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광주시가 시정홍보활성화 사업의 진행, 관리, 운영에 있어 그 구체적인 집행을 공정하게 했는지, 특히 특정업체에 집중되거나 과도하게 홍보비를 지급하고 있는지는 국민 감시나 참여 필요성이 크다"며 "광주시는 해당 정보의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보매체가 공개되면 해당 사업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이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자치21은 지난해 3월 광주시 시정홍보활성화사업(2015~2020년)과 관련해 언론사 및 홍보매체에 지출한 홍보비 내역과 해당 홍보업체 명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시로부터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시는 "이해관계인(홍보업체)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등의 이유로 업체명 등을 비공개했다.

광주시의 이번 패소는 이미 예견됐었다. 시는 2018년 7월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한 이후 유독 언론사 홍보비 세부 집행 내역에 대해선 "제3자(언론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해 왔다. 법제처가 "이미 집행된 언론매체사별 광고계약단가는 경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홍보비가 집행된 언론사명은 공개 대상 정보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도 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시는 재판 과정에서도 "홍보비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해당 업체의 홍보횟수와 홍보단가를 알게 돼 업체의 매출액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제처와 같은 의견으로 참여자치21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홍보비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도 해당 업체들의 전체 매출액을 추단할 수 없고, 경쟁사업자가 이를 이용해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게 된다거나 그로 인해 업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시청 안팎에선 "시가 자의적 법령해석으로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홍보비 지출이 시정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에 편중돼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해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도 들린다.

참여자치21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광주시가 시대 정신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기를 촉구한다"며 "특히 평동준공업지역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도 이번 판결을 적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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