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가 “시노팜 백신 효능이 화이자보다 낫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 “6,000만 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해외에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우리가 지원한 물량은 이미 2억 회분이 넘는다”고 응수했다. 중국은 사상 최악의 상황인 인도를 넘어 주변 남아시아 국가와의 백신 협력을 약속하며 ‘백신 외교’에 가속도를 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 백신을 도입했다. 인구 100명당 하루 접종자 수는 1명으로 우루과이(1.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대규모 접종 캠페인을 벌이는 터라 중국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리수를 뒀다가 망신을 당했다. 헝가리 정부는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4월 20일까지 접종한 백신 종류와 효능을 비교해 올렸다. 두 차례 백신 접종 후 감염자가 러시아 스푸트니크V 201명, 중국 시노팜은 1,744명인 반면 미국 화이자 백신은 3,048명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당 감염자로 계산해도 스푸트니크V(95명), 시노팜(356명), 화이자(555명)로 우열이 바뀌지 않았다. 10만 명 기준 사망자 수도 시노팜(16명)이 화이자(32명)의 절반에 그쳤다. 수치만 놓고 보면 화이자가 가장 형편없는 백신인 셈이다.
야당은 “정부가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백신은 시노팜과 달리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위험군 위주로 접종했다는 것이다. 접종 시기도 화이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시노팜은 올해 2월부터라 서로 달랐다. 그럼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헝가리투데이는 “수십 만회 분의 중국 백신이 추가로 곧 도착할 것”이라며 “반면 화이자 백신은 앞으로 몇 주가 더 걸릴지 모른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해외 지원 백신 규모는 6,000만 회분이다. 그러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폈다. 시노팜 5,000만 회분, 시노백 1억6,000만 회분 등 총 2억1,000만 회분의 백신을 세계 각국에 지원했다며 우위를 과시했다. 특히 시노백은 생산물량의 60%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 이들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승인을 앞두고 있어 결과에 따라 중국 백신 물량공세에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
중국이 반기는 건 미국과의 양적 비교뿐만이 아니다. 인도 사태로 미국이 떠밀리듯 백신 외교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국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이 그간 중국의 백신 지원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누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를 돕느냐에 성패가 달린 셈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미국에서 남는 백신이 7월이면 3억 회분에 달할 것’이라는 듀크대 보고서를 거론하며 “미국은 백신을 쌓아둔 채 치약 짜듯 조금씩 해외로 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파키스탄, 네팔,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5개국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왕 부장은 “어떤 형태의 백신 민족주의에도 반대한다”고 미국을 겨냥하면서 백신 공급과 공중보건 위기 대처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합의했다. 미국이 마지못해 인도를 향해 손을 내밀 때 인도 주변국으로 범위를 넓혀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심각한 백신 부족에 더해 인도의 감염 확산에 따른 ‘풍선 효과’를 우려하며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처지다.
이에 중국은 “4대 백신 생산국 가운데 중국, EU, 인도와 달리 미국은 수출량이 제로(0)인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기주의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일찌감치 “백신은 공공재”라고 선언하며 의무를 다했다고 강조했다. 펑둬자(封多佳) 중국백신산업협회장은 “중국 백신을 5개에서 18개로 늘려 생산 능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백신 생산에 취약한 개도국의 국산화를 도와 혜택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