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마윈의 정부 비판 발언 이후 계열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막은 데 이어 이번엔 승인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규제당국 관계자나 지방 관료 등 마윈에 우호적인 정ㆍ재계 인사 모두가 표적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앤트그룹이 IPO 계획을 승인받은 과정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올해 초 시작됐는데, 앤트그룹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IPO 승인 절차를 완료한 정황에 초점을 맞추고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그룹은 중국 정부가 핀테크 기업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고 준비하는 와중에 비교적 빨리 IPO 절차를 마쳤다. 때문에 비정상적인 승인 과정에 특정 관료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우선 조사 대상으론 리창(李强)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거론된다. 평소 마윈과 가까운 사이인데다 상하이 증시에 미치는 입김이 커 조사 1순위로 꼽힌다. 대형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나 국영보험사 등도 조사 목록에 올라있다. 신문은 “이번 조사로 앤트그룹과 마윈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마윈은 앤트그룹 상장을 준비하던 지난해 10월 중국 금융당국의 폐쇄성을 비판했다가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혁신을 주저하는 당국을 겨냥해 ‘전당포 마인드’라는 거친 말을 쏟아낸 게 화가 됐다. 이후 사상 최대로 예상됐던 3,270억달러(41조1,600억원) 규모의 앤트그룹 IPO는 상장 이틀 전 전격 취소됐고, 알리바바는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1월 발표한 앤트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도 마윈이 정부에 항복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모회사는 정보기술(IT) 업체로 운영하되 자회사 중 하나를 금융지주사로 만드는 기존 계획과 달리 금융당국의 보다 엄격한 관리ㆍ감독을 받아야 하는 기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윈 개인도 정부를 공개 비판한 뒤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췄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하지 않아 ‘실종설’까지 나돌았다. 당국은 조사 종료 전까지 마윈의 출국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