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장관, 명확한 소명 위해 법정 출석해야"

입력
2021.04.27 14:40
김소연 전 위원장, 박 장관 제기한 명예훼손 항소심 첫 변론서 요구
 "법정 출석도 안 해, 사실상 정신적으로 괴롭힐 목적" 주장도
박 장관 측근 전 시의원 등 증인 신청...내달 변론 속행

김소연 전 국민의힘 대전유성구을 당협위원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전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에서 박 장관의 법정 출석을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27일 오전 대전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윤현정)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1억 원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박 장관은 단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측근들만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장관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정신적으로 (나를) 괴롭힐 목적"이라며 "소송의 지연을 막고, 명확한 소명을 위해 당사자 스스로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박 장관이 소송을 제기해 놓고 정작 측근들을 내세워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이 스스로 변론에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로 당사자본인신문서를 법정에 제출한 만큼 박 장관에 대한 신문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사소송법에서 원고와 피고는 증거조사의 객체가 될 수 없지만, 법원 직권이나 당사자 신청을 허용하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이날 첫 변론에서 김 전 위원장은 박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 등 전·현직 시의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장관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고, 1심 재판부가 명예훼손의 범의나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사실 오인 등만 다시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준비서면 등을 살펴본 뒤 다음 달 8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6일 대전지법 민사11단독 문보경 부장판사는 박 장관(당시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이 금품 요구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적시해 내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 판사는 김 전 위원장이 불법 선거자금 방조와 특별당비 요구 연관성 등 박 장관에 대한 주장은 일부 거짓이 아니거나 거짓말일지라도 위법성은 없는 의견 개진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문 판사는 "일부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점을 원고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그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가 공천 대가로 불법 특별당비를 요구했다는 점도 관계자 형사 처벌 확정 등에 비춰 공익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의 '특별당비 1억 원 요구가 원고의 당대표 출마와 관계 있다'는 주장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문 판사는 "당시 현역의원인 원고에겐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하며, 모욕이나 인신 공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장관은 1심 판결 직후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같은 이유로 김 전 위원장이 불법행위와 명예훼손으로 맞서 제기한 반소 역시 "관련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검찰에서 확인됐다"며 기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시의원에 당선된 뒤 박 장관 공천자금의혹을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박 장관의 측근인 전문학 전 시의원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작 김 전 위원장은 해당행위를 이유로 제명됐다. 이후 바른미래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유성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대통령 비하 논란을 일으켰고, 국민의힘 비대위는 그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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