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전 국민의힘 대전유성구을 당협위원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전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에서 박 장관의 법정 출석을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27일 오전 대전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윤현정)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1억 원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박 장관은 단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측근들만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장관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실상 정신적으로 (나를) 괴롭힐 목적"이라며 "소송의 지연을 막고, 명확한 소명을 위해 당사자 스스로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박 장관이 소송을 제기해 놓고 정작 측근들을 내세워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이 스스로 변론에 직접 나서겠다는 취지로 당사자본인신문서를 법정에 제출한 만큼 박 장관에 대한 신문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사소송법에서 원고와 피고는 증거조사의 객체가 될 수 없지만, 법원 직권이나 당사자 신청을 허용하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이날 첫 변론에서 김 전 위원장은 박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 등 전·현직 시의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장관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고, 1심 재판부가 명예훼손의 범의나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사실 오인 등만 다시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준비서면 등을 살펴본 뒤 다음 달 8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6일 대전지법 민사11단독 문보경 부장판사는 박 장관(당시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이 금품 요구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적시해 내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 판사는 김 전 위원장이 불법 선거자금 방조와 특별당비 요구 연관성 등 박 장관에 대한 주장은 일부 거짓이 아니거나 거짓말일지라도 위법성은 없는 의견 개진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문 판사는 "일부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점을 원고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그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가 공천 대가로 불법 특별당비를 요구했다는 점도 관계자 형사 처벌 확정 등에 비춰 공익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의 '특별당비 1억 원 요구가 원고의 당대표 출마와 관계 있다'는 주장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문 판사는 "당시 현역의원인 원고에겐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하며, 모욕이나 인신 공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장관은 1심 판결 직후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같은 이유로 김 전 위원장이 불법행위와 명예훼손으로 맞서 제기한 반소 역시 "관련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검찰에서 확인됐다"며 기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시의원에 당선된 뒤 박 장관 공천자금의혹을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박 장관의 측근인 전문학 전 시의원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정작 김 전 위원장은 해당행위를 이유로 제명됐다. 이후 바른미래당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유성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대통령 비하 논란을 일으켰고, 국민의힘 비대위는 그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