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3곳의 재보선에서 전패한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과로 정국 반전을 노리고 있다. 7월 4일 도쿄도의회 선거와 가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백신 접종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스가 총리가 “7월 말까지 원하는 모든 고령자에게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본 내에선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가 총리는 27일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센터를 도쿄도에 설치할 것을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장관에게 지시했다. 코로나19 대응은 후생노동성, 백신 접종 총괄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장관이 담당하지만 방위성까지 투입해 총력을 기울이도록 한 것이다. 접종센터는 내달 24일 도쿄도 지요다구 ‘오테마치 합동청사 3호관’에 개설해 약 3개월간 운영하면서 자위대 의료인력으로 하루 1만 명씩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스가 총리는 기시 장관에게 “방위성과 자위대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보루”라며 “코로나19 대책이라는, 국가 위기관리상 중대한 과제에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대형 접종센터에서는 5월 중 승인 예정인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크다. 보관 온도 등에 맞춰 대형 접종센터에는 모더나 백신을,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접종장소에는 화이자 백신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자민당 내 프로젝트팀도 접종 속도를 올리기 위해 24시간 접종 체제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예비비나 추경 편성도 염두에 두고 진행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일본 정부가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은 재보선 패배로 드러난 민심 이반을 극복할 카드로 정했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돌연 “7월 말을 염두에 두고 고령자, 희망하는 분 전원에게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고령자 접종이 7월 내 끝나고 9월까지 일반인 접종도 크게 진전될 경우, 가을 총선 전망이 밝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순조롭게 목표를 달성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의지를 뒷받침할 지자체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목표시한을 세 달 앞둔 현재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208만125명(26일 집계)으로, 인구의 1.6% 정도에 불과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총리는 한때 6월 말 접종 완료까지 모색했다”며 “총리가 너무 초조해한다. 7월 말도 상당한 도박”이라는 백신정책 담당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