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년마다 집계하는 인구통계에서 2020년 인구 증가율이 8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텍사스ㆍ플로리다 등 남부 공화당 강세 주(州)는 인구가 늘었지만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주들은 인구가 줄었다. 인구 통계는 주별 하원 의석과 대통령 선거인단 규모의 기준이 돼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인구조사국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인구통계에서 지난해 4월 1일 기준 미국 인구는 3억3,144만 명이었다. 10년 전인 2010년 조사 때 인구에 비해 7.4%(2,270만 명)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는 또한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이 영향을 미쳤던 1940년(7.3%)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인구 증가율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민자 유입 감소와 연령별 인구통계의 변화(80대 이상이 2세 이하 인구보다 많아지는 상황)가 결합해 미국도 인구 증가율이 상당히 낮아진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처럼 미국도 급격한 고령화 사회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인구학자들의 우려 섞인 분석도 나왔다.
지역별 인구 증가율 차이는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NYT는 “텍사스ㆍ네바다ㆍ애리조나ㆍ노스캐롤라이나 같은 (남부 선벨트 지역) 경제 호황은 미국인들이 비용도 많이 들고 날씨도 추운 (북동부) 주를 벗어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텍사스주는 10년 사이 약 400만 명이 늘어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주였다. 반면 북동부 뉴욕주에서는 카운티(행정 단위) 62곳 중 48곳, 일리노이주에서는 101곳 중 93곳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1970년 미국 서부와 남부 인구가 전체의 50%였다면 2020년에는 63%에 달했다.
이런 인구 변화는 정치권 판도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구 조사로 텍사스(2석), 플로리다ㆍ콜로라도ㆍ오리건ㆍ노스캐롤라이나ㆍ몬태나(각 1석)에서 하원 지역구가 늘었다. 반면 뉴욕ㆍ캘리포니아ㆍ펜실베이니아ㆍ오하이오ㆍ일리노이ㆍ미시건ㆍ웨스트버지니아 등 7개주는 하원 의석을 1개씩 잃었다. 미 하원(435석) 과반 구도나 대선 선거인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NYT는 “역사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중서부와 북동부 대형 주의 하원 의석이 줄었다”며 “공화당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약 5석만 더 얻으면 하원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결과에 대입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선거인단은 306명에서 30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9월 말 지역별 인구 자료를 받으면 각 주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꾸려 2022년 중간선거를 위한 선거구를 짜게 된다.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한 텍사스나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획정될 수도 있어 민주ㆍ공화 양당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