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에서 출발해 홍콩에 도착한 항공기 탑승객 중 최소 5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일 인도 델리에서 홍콩으로 향한 인도 비스타라항공(UK) 6395편 탑승객 중 최소 5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탑승 인원이 188명인 이 항공기에 당시 몇 명이 타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은 해외 입국객에 대해 출국 72시간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입국 후 3주 동안 시설에서 격리하게 하고 있다. 이 비행기 승객들도 탑승 전 검사에서 코로나19 음성으로 확인되고도 도착 직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비행기 내 환기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하면 기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승객들이 음성 확인서를 받은 직후 감염됐거나 가짜 음성 확인서를 발급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분석했다.
인도가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으로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정확하게 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확산력이 강한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일 수도 있다.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호텔 격리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라시다 파티마는 "비행기 안에서 줄곧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기내 화장실 사용을 피했는데도 감염됐다"며 "일부 승객은 반복적으로 기침을 했고 식사를 위해 마스크를 벗었으며 우는 아이들을 달래려 복도를 오갔다"고 WSJ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에릭 페이글딩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호텔 격리 전에는 단 8건의 신규 확진 사례만 발견됐고 나머지 사례는 격리 기간 동안 확인됐다"며 "호텔 격리가 없었더라면 곧장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경 통제가 이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26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5만2,991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일일 사망자도 2,812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 수는 19만5,000여 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인도발 입국 규제도 늘고 있다. 네덜란드는 26일 오후 6시부터 내달 1일까지 인도발 여객기 착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최근 14일 안에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독일은 인도를 '변이 바이러스 지역'으로 지정하고 인도 방문객의 경우 독일인만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인도와 접한 방글라데시는 2주 동안 국경을 닫는다. 앞서 영국과 캐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이란, 싱가포르 등도 인도발 입국 규정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