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윤여정 한국 배우 첫 아카데미상

입력
2021.04.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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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씨가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순자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후 연이어 연기상 부문까지 수상해 한국 영화인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영화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모습이다.

특히 유색인종에 대한 진입 장벽이 유난히 높은 연기 부문에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구사하는 역할로 트로피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백인 위주의 수상으로 뒷말이 많았던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에서 아시아 배우의 수상은 1957년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두 번째다. 더군다나 윤여정씨는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구사한 우메키와 달리, 한국어로 연기력을 인정 받아 이중의 장벽을 넘은 셈이 됐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연기상을 받는 게 흔치 않은데, 아시아권 언어를 쓴 배우는 처음이다. 한국 영화사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역사에서도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아카데미 측이 회원 문호를 여성과 소수인종 쪽으로 대폭 넓혀 영화적 가치의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다. 올해 감독상과 작품상이 중국계 미국인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돌아간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그 다양성을 빛내는 주역 중 하나로 한국 문화가 부각되는 것은 최근 한류의 세계적 위상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K팝은 이미 세계 대중음악계를 좌우하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올해 초 집계한 한류 동호회 회원 수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넘어섰다. 이제는 세계 유수 영화제의 일회성 수상으로 감격하던 시절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인정 받는 시대다.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우리 대중문화의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힘을 쏟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