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서부 롱브리브 지하 동굴에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머물던 성인 15명이 세상에 복귀했다. 40일 만에 동굴 밖으로 나온 이들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 안경을 써야 했다. 이들은 함박웃음을 머금었지만 피곤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AP통신 등은 25일(현지시간) '딥 타임 프로젝트'에 참가한 15명의 프랑스인 지원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딥 타임 프로젝트'는 인간적응연구소(HAI)가 인간 적응력의 한계를 알아보고자 계획한 실험으로, 생활 환경의 시간과 공간을 무작위로 흐트러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40일간 격리됐던 참가자들은 27~50세 연령대로, 섭씨 12도, 습도 95% 환경에서 생활했다. 필요한 전기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얻고, 물은 길어다 쓰는 등 자급자족의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가자 조항 프랑수아(37)는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본능적인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마리나 랑송(33)은 "며칠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동굴 밖으로 나와 얼굴에 닿는 바람을 느끼고 피레네 숲속의 새소리를 들어 행복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온전히 생체 리듬에 의존해 동굴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센서를 통해 15명 참가자의 수면 흐름, 사회적 상호작용, 행동을 관찰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에야 동굴 생활이 종료될 것이라는 공지를 받았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시간 감각을 상실했다. HAI 창립자이자 이번 실험에 참여한 탐험가 크리스티앙 클로는 "머릿속에서는 30년 전에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참가자는 동굴 생활을 23일로 추정했다.
한편 연구소 측은 동굴에 들어가기 전 측정한 참가자들의 두뇌활동과 인지기능을 토대로, 복귀한 후 측정치와 비교할 예정이다. 클로는 "지구에서 인간의 미래는 진화할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뇌가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