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의심한 류현진(34ㆍ토론토)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순조롭게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그런데 0-0으로 맞선 4회 2사 후 마누엘 마르고트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고는 갑자기 더그아웃에 사인을 보냈다. 큰 고통을 호소하진 않았지만 몸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 표정이었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에 이어 찰리 몬토요 감독까지 직접 나가 살핀 끝에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매 이닝 삼진을 잡으며 역투를 펼치고 있었기에 아쉬운 자진강판이었지만 부상이 염려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류현진은 화상 인터뷰에서 "부상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다. 부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고트에서 초구를 던지는 순간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며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오긴 했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간단히 점검했는데 경과가 좋아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가벼운 오른쪽 둔부 통증을 느꼈다"고 알렸다.
류현진은 부상에 민감하다. 빅리그 데뷔 후 총 10차례 부상자명단에 올라 재활을 경험했다. 특히 LA 다저스에서 뛰던 2014년 8월 이번과 비슷한 오른쪽 둔부 염좌 증세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른 적 있다. 게다가 2019년 말 4년간 8,000만달러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은 류현진이다. 미세한 통증에도 자진강판을 택한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류현진은 "2019년과는 부위가 다르고, 통증에도 차이가 크다. 지금은 정말 경미한 느낌이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때처럼 빨리 결정해서 투구를 중단했고, 부상이 깊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일부터 다시 훈련할 생각이다. 내일 다시 점검해봐야 하지만, 부상자명단에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이날 3.2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2.60으로 낮췄다. 비록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류현진의 초반 호투를 발판 삼아 토론토는 1-0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 제구도 괜찮았는데 안타까운 상황이 나왔다"며 "오늘 내가 빨리 강판해 불펜 투수가 많이 투입됐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놀랐을 몬토요 감독도 "류현진은 잘 걷는다. 좋은 소식이다. 그는 괜찮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부상자명단에 오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