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또다시 눈 앞에서 놓친 손흥민(29·토트넘)이 결국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일방적인 경기였다. 풀타임을 뛰며 고군분투한 손흥민이었지만 제대로 된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2020~21시즌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1로 패배했다. 13년 만의 리그컵 정상에 도전했던 토트넘의 꿈은 좌절됐다. 손흥민도 2010년 함부르크(독일)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첫 우승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루카스 모라를 좌우 날개에 두고 발목 부상에서 조기 복귀한 해리 케인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하지만 맨시티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다. 손흥민은 물론 케인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단 한 번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맨시티는 일방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슈팅 수가 21대2였다. 경기 중반까지는 토트넘의 전략이 통하는 듯했다. 1점 차 승부를 위해 두껍게 짠 수비라인이 주효했다. 유효슈팅도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선방에 무산됐다.
하지만 결국 맨시티는 골을 터뜨렸다. 후반 37분 라힘 스털링이 세르주 오리에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프리킥이 중앙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트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선수 교체를 통해 반격을 노렸지만 끝내 패했다. 맨시티는 4회 연속으로 리그컵을 제패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쪼그려 앉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오열에 가까웠다. 그는 한 번도 프로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리버풀에 고개를 숙였다. 울고 있는 손흥민에게 일카이 귄도안, 필 포덴, 더브라이너 등 상대팀 선수들도 다가와 위로했다.
영국 현지의 평가는 냉정했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최저 평점인 4점을 부여하며 “토트넘에 그가 필요했지만 지쳐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손흥민은 이날 적극적이지 못한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의 우승컵 도전은 이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다. 7위 토트넘이 내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리그 4위에 올라야 한다. 5번의 리그 경기가 남았다. 4위 첼시와는 승점 5점 차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경쟁 팀의 실수를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6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를 얻기에도 아직 승점이 부족하다.
한편 이날 경기는 모처럼 유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토트넘 팬 2,000명, 맨시티 팬 2,000명, 런던 거주 주민 4,000명 등 약 8,000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영국 매체 BBC 스포츠는 “오랜만에 축구 음소거 버튼이 해제된 날”이라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관중석 내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권고 사항이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추후 경과를 살핀 뒤, 5월 FA컵 결승전에서 최대 2만1,000명의 관중을 입장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