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 번째 긴급사태, 썰렁해진 日 도쿄 긴자..."술 안 팔아요, 무알코올 맥주 드세요"

입력
2021.04.27 04:30
백화점 문 닫고 식당들 일제히 임시휴업 안내문
주말 도쿄 인근 가나가와·요코하마 나들이객 넘쳐
日 코로나 누적 사망자 1만 명 돌파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중인 일본 도쿄에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이 내려진 다음 날인 26일 정오. 유명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늘어선 도쿄 긴자의 미쓰코시 백화점 앞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도쿄를 상징하는 번화가는 지난주와 분위기가 판이했다. 백화점은 1,000㎡ 이상 상업시설에 대한 휴업 요청에 따라 지하의 식품관과 화장품 매장만 영업하고 휴업했다. 11~12층에 있는 식당가는 더 적막했다. 식당 11곳 중 4곳만 영업을 했는데, 이중 한 곳에서만 두세 명이 식사를 하고 있고 나머지 식당은 손님이 전혀 없었다.

식당에서 술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주류 매출 비중이 높은 곳은 아예 휴업을 요청한 탓인지 백화점 밖 거리에도 임시휴업 안내문을 걸어 놓은 식당이 수두룩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갑자기 많은 식당이 휴업해서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며 “불편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중인 한 식당은 “주류를 팔지 않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며 무알코올 맥주를 대신 권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휴업이 실시된 1년 전 첫 번째 긴급사태 당시에 비하면 조치는 더 강화됐는데 사람들의 위기감은 덜해 보였다. 정부가 70%의 재택근무를 요청했지만 실제로 이날 출근 시간대 통행량 감소폭도 미미했다. 선언 첫날인 일요일에는 도쿄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간 인파도 많았다. 일본 언론은 “선언에 익숙해진” 현상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며 긴급사태선언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 석간에 따르면, 오전 8시 도쿄역 주변 인파는 1주일 전에 비해 4% 감소에 머물렀다. 전날인 일요일 번화가에선 1주일 전에 비해 30~40%의 인파가 줄었지만, 출근 시간대 인파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JR신주쿠역 역무원도 “평소와 변함 없는 통근 풍경”이라며 인파가 그대로라고 말했다.

일요일엔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나들이객이 몰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5일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전철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가와사키역과 요코하마역의 극장과 상업시설엔 도쿄에서 온 사람들로 넘쳤다. 요코하마역 구내에서 과자를 판매하는 점원은 “1주일 전보다 오히려 사람이 많다”며 “긴급사태선언이 나온 날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테마파크도 도쿄 내의 요미우리랜드, 레고랜드 등은 휴업했지만 디즈니랜드는 인근 지바시에 있어 영업을 계속했다.

상당수 식당이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단축 영업이나 휴업을 택했지만, 정부의 요청에 반기를 든 식당도 있다. 130여 개의 식당 브랜드를 거느린 외식 대기업 ‘콜로와이드’(Colowide)는 긴급사태 발령에 따라 주류 비중이 높은 이자카야 등은 휴업, 그외엔 단축 영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외식 대기업인 ‘글로벌다이닝’은 “영업시간 단축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주류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회사는 이전 긴급사태 때도 지자체로부터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요청’ 단계에선 휴업이나 단축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로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누적 사망자 수는 1만 명이 넘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오후 4시 15분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신규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총 1만1명이 됐다. 3월 말에 9,000여 명이었지만 최근 오사카 등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한 달 만에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