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문헌이 기록한 최초의 전쟁은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다. 당시 스파르타 진영은 델로스 동맹의 아테네 진영으로 유황을 태운 유독가스를 흘려 보냈다고 한다. 황화수소 등 성분의 농축 유황가스는 피부와 호흡기를 자극해 통증을 일으키고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원시적 형태의 최루탄이자 페퍼포그인 셈이었다.
화학무기가 전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차대전 때다. 연합국과 추축국 모두 염소가스와 질식탄으로 불리는 포스진(Phosgene), 피부에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는 겨자가스를 썼고, 화학무기로만 약 10만 명이 숨지고 130만 명이 부상당했다.
화학무기에 대한 규제 논의도 대전 직후 시작돼 1925년 제네바 협정에 금지 조항이 처음 삽입됐지만, 2차대전 나치는 수용소에서, 일본군은 아시아 전장에서 더 강력한 신경가스 등으로 노골적인 생화학전을 전개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최소 25개국이 화학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했고,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이라크는 1980년대 이란과의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썼다.
화학무기 개발-생산-사용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비축 무기도 폐기하자는 '화학무기금지조약'(CWC)이 1993년 프랑스 파리에서 조인돼 1997년 4월 29일, 65개국 비준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현재 조약 비준국은 세계인구 기준 98%에 해당되는 189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원년 비준국인 러시아는 2002년 체첸 반군에게 사린가스를 썼고, 미국 역시 2004년 이라크 팔루자 소탕작전에 대량의 독가스를 내뿜는 백린탄(white Phosphorus)을 사용했다. 유엔은 1차대전 이래 최소 100만 명이 화학무기에 희생됐다고 추정한다.
시위 진압용으로 널리 쓰이는 최루가스도 안구 등 점막을 자극하고 호흡 곤란과 발진,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는 엄연한 화학무기다. 지금 미얀마 주요 도시를 그 화학무기가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