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재검토해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우리나라가 매년 줄이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모를 독일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선 늘리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26일 ‘주요국 전기차 구매보조금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 지급액 운영 계획과 지급 방식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환경규제에 발맞춰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 수단이다. 주요국 정부는 차량 가격·성능, 제조사별 판매량 등을 고려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설정한다. 우선 독일은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보조금을 한 번 더 증액, 전기차 가격이 4만 유로(약 5,387만 원) 이하인 경우 9,000유로(약 1,212만 원), 4만~6만5,000유로(약 8,754만 원)일 때 7,500유로(약 1,010만 원)를 각각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급 기한도 지난해 종료키로 한 시점을 2025년 말로 연장했다.
주행가능 거리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본도 최근 1대당 보조금 지급 액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전기차 보조금은 주행거리 ㎞당 1,000엔(약 1만360원)으로 산정해 정부에서 최대 40만 엔(약 414만 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최대 30만 엔(약 31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이나 회사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활용 시설을 보유한 경우 정부는 최대 80만 엔(828만 원), 지자체는 40만 엔(414만 원)까지 상향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중국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급 기한 역시 연장하는 분위기다. 차량 가격과 주행거리, 배터리 질량과 에너지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지급 기한도 2022년까지 연장했다. 미국은 주로 세액 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준다. 연방정부는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를, 주정부는 추가로 500~3,000달러 세액 공제와 차량 등록세 할인, 배기가스 측정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제조사별 보조금 판매량 기준도 20만 대에서 60만 대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1대당 지급액은 줄이고 지급 대상 차량은 늘려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승용 전기차 기준으로 최대 지급 보조금은 지난해 820만 원이었지만 올해 800만 원으로 감액됐다. 지자체별 보조금(400만∼1,100만 원)도 국비보조금에 비례해 차등 지급하고 있다. 또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6,000만 원 미만인 전기차는 에너지 효율에 따라 국고 보조금을 100% 지원 받을 수 있다. 6,000만~9,000만 원인 전기차는 국고 보조금을 50% 지원받고, 9,000만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엔 보조금이 없다.
한자연은 보조금 지급액을 늘리거나 지급 기한을 연장한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보조금 지급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재완 한자연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을 줄여 소비자가 적기에 합리적 가격으로 전기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며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이원화된 지급 체계를 재검토해 거주지, 신청 시기에 따라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달라지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