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문을 닫을 수 있다며 '9월 폐쇄설'을 띄워놓고 정작 투자자 보호에는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가 예고 없이 폐쇄된다면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지만,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자까지 보호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금융위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한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접수를 마쳐야 한다. 신고 기한을 넘겨 영업을 계속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는 처벌 대상이 된다.
신고를 받기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현재까지의 접수 현황을 두고 문을 닫는 거래소가 늘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신고 접수를 위한 전제 조건과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을 고려하면 9월 폐쇄설은 근거 없는 '뜬소문'은 아니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아야 한다. 이 중 은행에서 내주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특히 거래소가 통과하기 어려운 절차다. 은행이 거래소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사를 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으려면 은행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 평가를 넘어야 한다.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 및 내부 통제 능력 등을 갖춘 거래소에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겠다고 한 방침도 거래소에 대한 은행 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전체 200여 개 거래소 중 현재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은 4대 업체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만 살아남을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거래소 폐쇄에 따른 투자자 피해다. 금융위는 거래소가 FIU에 신고하면 바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제공하는 ISMS 인증 명단을 통해 거래소의 사업자 신고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예고 없이 사업을 접거나 ISMS 인증을 받은 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획득하지 못해 신고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거래소만 믿고 있다가 폐쇄해 순식간에 뒤통수를 맞는 투자자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특금법 자체가 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보호하기 어렵다"며 기존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주요국 행보와 비교하면 정부가 투자자 보호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를 대부분의 증권규제 대상으로 넣었다. 일본 역시 가상자산 교환업자에 면허를 발급하고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자가 거래를 하면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이 부족하다"며 "넓은 의미의 투자자 보호는 충분히 도입할 만한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