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석 달이 다 돼서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뒤늦은 중재에 나섰다. 쿠데타 수장도 참석해 합의문을 내놨지만, 관건은 실행 여부다. 합의문 발표 당일에서 미얀마에선 시위대가 진압군의 총탄에 스러졌다. 국제사회가 군부의 유화 제스처를 믿지 못하는 이유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아세안은 전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사무국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5대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지난달 2일 아세안 특별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을 통해 약속한 폭력 즉각 중단 및 건설적 대화 원칙에 △아세안 의장ㆍ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중재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ㆍ대표단 방문 및 모든 당사자 면담을 더해 사태 해결의 큰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이번 합의는 일단 아세안 출범 후 54년을 지켜온 ‘회원국 내정 불간섭’ 관행을 일부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부 정상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더 우세하다. 미얀마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부터 구체적 실행 방안이 결여됐다며 평가절하했다. NUG 외교부는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가 거짓말을 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특사 방문과 면담 등에 관한 행동 연계가 구비되지 않으면 정상회의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세안 인권위원회 측 역시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속한 추가 행동을 촉구했다.
사태 해결의 키를 뒨 특사 및 대표단의 윤곽도 불분명하다. 아세안 차원에서 특사단 파견 논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베트남을 특사로 거론하지만, 그간 쿠데타에 침묵한 베트남 지도부의 행보는 중립성 확보 측면에서 걸림돌로 꼽힌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정치범 석방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NUG의 강경 입장도 변수”라며 “친(親)군부 국가가 특사로 임명되면 면담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추가된 두어 개 문장으로 난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은 곧장 증명됐다. 공교롭게도 아세안 정상들이 “즉각 폭력 중단”을 합의하던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선 50대 남성이 군경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시신도 군인들이 빼앗아 갔다.
결국 현재로선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첫 등장한 쿠데타 정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회의 참석 후 이틀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선 “흘라잉이 ‘조기 총선’ 약속으로 지지를 얻은 태국 군부처럼 여론전을 하기 위해 회의에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실제 정상회의와 관련한 언급도 “이웃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미얀마의 정치 발전(쿠데타) 과정을 설명했다”는 군 방송 논평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