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얀마 살인마 왔다"... 자카르타 회담장 가보니

입력
2021.04.24 17:29
주변 도로 원천 봉쇄, 시위대는 안 보여 
취재진 50여명 운집, "큰 기대 안 해" 
쿠데타 주역 흘라잉 사령관도 참석 
미얀마 시민들 인터폴에 "흘라잉 체포" 요청

24일 낮 12시20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 신청사 앞. 건물을 둘러싼 도로는 모두 봉쇄됐다. 경찰들은 차량에 우회 도로를 안내했다. 멀찍이 주차하고 신청사로 접근했다. 약 10m 간격으로 3명씩 한 조를 이룬 무장 군인들이 도로와 인도를 지키고 있었다. 장갑차들도 눈에 띄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행인뿐 시위대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아세안 사무국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 4,000여명을 배치했다.

신청사로 들어가는 차량 입구 오른쪽으로 100여m 지점에는 외국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 50여명이 늘어서 있었다. 경찰과 군인들이 정한 선을 넘어가면 바로 제지했다. 경찰은 기자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한 현지 기자는 "한국에서는 미얀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오늘 회의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10여분 뒤부터 아세안 정상들을 태운 차량들이 비상등을 깜빡이며 경찰 오토바이와 경찰차의 호위 속에 잇따라 신청사 마당으로 들어갔다. 차량 행렬은 몇 분 간격으로 오후 1시20분까지 이어졌다. 오후 1시30분으로 예정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모두 모인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결국 미얀마 쿠데타 주역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얀마 양곤을 출발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약 4시간 만에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군복을 입던 평소와 달리 검은 양복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정상 국가의 수반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옷차림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반(反)군부 진영은 자카르타에 도착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체포해달라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요청했다. 미얀마 쿠데타를 반대하는 인도네시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있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회의는 2시간남짓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회원국 중 태국, 필리핀, 라오스는 외교장관을 대신 보냈다. 아세안 정상들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실질적인 미얀마 사태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회의 이후 공식 기자회견이나 언론브리핑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