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협하는 가장 ‘독한’ 암인 난소암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궁경부암처럼 조기 검진법이 없는 데다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늦게 발견돼 치료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C56)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1.9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폐경 이후인 50~60대 여성 환자가 크게 늘었다.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자의 47% 이상으로 전체 여성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독한' 암이다.
난소암은 골반강 내에 쌍으로 존재하는 여성의 생식능력을 담당하는 기관인 난소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난소는 복강 안쪽 깊은 곳에 있고, 초기 난소암에서는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어서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진행암에서는 암복막증에 의해 하복부 통증과 복수(腹水)에 의한 복부 팽만, 소화불량, 배뇨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소화기내과 혹은 비뇨의학과 진료만 받다가 진단이 늦을 때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난소암 환자의 20% 정도는 유전성 유방암ㆍ난소암과 연관돼 있으므로 정기검진에서 이 점을 유의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난소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난소암 고위험군은 △임신ㆍ출산 경험이 없고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거나 △가족 중 유방암ㆍ난소암 환자가 있거나,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때 해당된다.
권병수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대장암, 요관암, 전립선암, 자궁내막암 및 난소암은 발병 장기는 달라도 그 원인을 보면 동일한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며 “난소암은 5~10% 정도가 유전성으로 가족력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와 함께 전문의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난소암의 확진은 수술로 이루어지지만, 수술 이전에 난소암으로 의심되는 병소(病巢)가 있으면 병의 진행 정도와 주변 기관으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들을 시행한다.
난소암 진단은 종양표지(CA-125)에 대한 혈액검사ㆍ자기공명영상(MRI)ㆍ내시경 검사로 이뤄진다. 추가로 난소암 환자 가운데 일부는 유전성 유방ㆍ난소암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유방 X선촬영(맘모그래피)과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난소암은 부인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지만 치료 성적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초기에 진단되면 생존율이 85~95% 정도로 높다. 하지만 난소암의 70%는 3기 이상의 진행성 병기에서 발견된다. 3기의 경우 생존율은 30~40%, 4기의 경우 10~20%로 줄어든다.
난소암 치료법은 1차적인 치료법인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으로 구성돼 있다. 난소암은 1기암이라도 아주 초기를 제외한 모든 환자에게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혹시나 남았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해 암 재발 확률을 낮추고자 한다. 수술은 자궁절제 및 양측 난소ㆍ난관절제술로 시행된다.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상태와 그 목적에 따라 약제의 선택 및 투여법이 달라진다.
권병수 교수는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의 일종으로 신생 혈관의 생성제인 베바시주맙과 BRCA 돌연변이 변이 환자에 사용 가능한 PARP억제제가 개발돼 난소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이어 “난소암 치료는 개복 수술을 원칙으로 하지만 초기 난소암 환자는 최소 침습 복강경 수술을 시행해 미용 효과뿐만 아니라 수술 후 빠른 회복으로 항암 치료 시작 시점을 앞당겨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