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위기 이성윤, 검찰총장 후보 부적절하다

입력
2021.04.24 04:30
23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기소, 불기소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대검은 23일 피의자의 신분, 국민적 관심도,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앞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위기에 처하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했다.

공교로운 것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정하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29일 소집되는 점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를 요청한 것도 총장추천위에 무혐의를 강조하고, 기소를 늦춰 총장후보가 되려는 꼼수로 의심받고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추천위가 한 달 넘게 공전한 것도 수사받는 이 지검장을 감안한 조치로 지적된다.

이 지검장이 받는 혐의는 2019년 6월 불법출금 수사에 나선 검찰에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취지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부인하고 있으나 수사과정을 보면 그가 떳떳하지 못하단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는 공수처 조사 때는 공수처장 관용차로 출석해 공수처장의 직접 조사를 받아 ‘황제조사’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사건을 이첩받은 수원지검의 네 차례 소환에는 불응하다 기소 방침이 알려지자 갑자기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다.

대통령의 대학후배로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이 지검장은 일찍부터 친 정권 검사로 분류됐다. 서울지검장이 되고 나선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질질 끌거나 뭉개면서 후배 검사들한테마저 불신을 받고 있다.

일반인도 아닌 법치를 수호해야 할 지검장이 이렇다면 총장추천위는 수사심의위 결정과 무관하게 이 지검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그가 후보군에 포함된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정권의 임기 말을 관리하기보다는 되레 정권에 부담만 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총장 인선 기준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국정철학과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지검장을 염두에 둔 것 같아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