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공개 활동을 재개한 후 보수우익 색채를 적극 드러내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자민당 안팎에선 아베의 유명세를 활용하기 위한 강연이나 대담 초청이 잇따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지지율이 취임 초에 비해 낮아진 반면, 눈에 띄는 차기 총리 후보군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의 재부상을 기대하는 ‘아베 대망론(待望論)’이 최근 들어 부쩍 거론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쫓기는 스가총리와 달리 아베 전 총리에겐 정치권으로부터 각종 행사 참여 의뢰가 쏟아져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이 소속됐던 호소다파의 다카토리 슈이치(高鳥修一) 중의원 의원의 부탁을 받고 전날 당내 의원모임인 ‘보수 단결의 모임’에서 강연했다. 지난달 말 외부 활동을 재개한 것도 자민당 니가타(新潟)현지부 연합회의 세미나에 초대받아 연설한 일정이 계기가 됐다.
'여자 아베'로 불리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의 요청을 받고 ‘전통과 창조의 모임’이란 보수우익 성향 의원 모임에 고문으로 취임했으며, 강연 스케줄도 조율 중이다. 차기 총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저서 ‘GDW 흥국론 행복도 세계1의 나라로’에 아베 전 총리와의 대담을 싣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지병 악화를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한 후 12월 ‘벚꽃을 보는 모임’ 비용 보전 문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당내 시선은 매우 차가웠지만, 7개월 만에 ‘러브콜’이 쇄도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코로나19 대응에 난제가 쌓인 스가 총리의 위치나, 미중 갈등이 심화된 동북아 정세를 볼 때 일본에 '강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기류가 힘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아베 전 총리는 강연에서 보수우익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보수의 구심점'으로 부상하려는 모습이다. 22일 열린 '석간 후지' 주최 헌법심포지엄에선 '적 기지 공격능력'을 자위대가 보유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유사시에 미군이 적 기지를 공격할 때 자위대가 가담하지 못하면 미일동맹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많이 했던 아사히신문에 대해선 “좀처럼 날조 체질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총리직을 내려놓은 뒤 야스쿠니신사를 세 번이나 직접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