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앞 몸싸움까지...주호영의 '투사 변신', 무죄? 유죄?

입력
2021.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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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5차례나 대법원행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엔 '온화' '합리'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최근엔 달라졌다.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대법원에 달려갔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대법원 앞 몸싸움… '강경' 주호영

주 대표 대행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기 원내대표 주자인 김기현·권성동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과 함께였다. 주 대표 대행은 "자격 없는 사람이 대법원을 차고 앉아 있다"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의 승용차가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차량을 막으라!"고 소리쳤다. 이를 경찰이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정문으로 들어섰고, 일부 의원들과 경찰들이 넘어지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주 대표 대행은 "경찰들의 과잉 진압으로 의원들이 넘어진 것"이라며 의도된 몸싸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법원장은 사자 몸을 갉아먹는 벌레(사자신중충)의 격이 됐다"며 거듭 비판했다.


벌써 5번째 서초동행… 장외투쟁 향수 소환?

판사 출신에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 대표 대행은 온건한 정치인이었다. 싸움보다 협상을 선호했다.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이후 '슈퍼 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도 장외 투쟁 같은 강성 행보와 거리를 뒀다.

최근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하다. 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올해만 5차례나 대법원 앞으로 달려갔다. 지난 21일엔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을 하는 데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에둘러 요구하기도 했다.

주 대표 대행의 변신은 차기 당권 경쟁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경선은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각각 반영하는 방식인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당원 비율이 높다. 강성 보수의 마음을 얻을수록 득표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이 바란 건 '능력 있는 야당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해달라는 것'이었지, 무리수를 남발하고 좌충우돌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당이 도로 미래통합당 시절로 가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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