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엔 '온화' '합리'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최근엔 달라졌다. 23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대법원에 달려갔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주 대표 대행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기 원내대표 주자인 김기현·권성동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과 함께였다. 주 대표 대행은 "자격 없는 사람이 대법원을 차고 앉아 있다"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의 승용차가 대법원 정문 앞에 도착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차량을 막으라!"고 소리쳤다. 이를 경찰이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정문으로 들어섰고, 일부 의원들과 경찰들이 넘어지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주 대표 대행은 "경찰들의 과잉 진압으로 의원들이 넘어진 것"이라며 의도된 몸싸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법원장은 사자 몸을 갉아먹는 벌레(사자신중충)의 격이 됐다"며 거듭 비판했다.
판사 출신에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 대표 대행은 온건한 정치인이었다. 싸움보다 협상을 선호했다.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이후 '슈퍼 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도 장외 투쟁 같은 강성 행보와 거리를 뒀다.
최근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하다. 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올해만 5차례나 대법원 앞으로 달려갔다. 지난 21일엔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을 하는 데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에둘러 요구하기도 했다.
주 대표 대행의 변신은 차기 당권 경쟁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경선은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각각 반영하는 방식인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당원 비율이 높다. 강성 보수의 마음을 얻을수록 득표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이 바란 건 '능력 있는 야당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해달라는 것'이었지, 무리수를 남발하고 좌충우돌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당이 도로 미래통합당 시절로 가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