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교대‧사범대 통폐합까지 논의되는 과정에서 대학과 구성원 간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일찌감치 학생 수 감소가 예고됐는데도 대학과 교육당국이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과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는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초등교육 근간 뒤흔들고 교육 공공성 저해하는 교대-일반대 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업무협약(MOU) 철회를 요구한 이 자리에서 현영희 부산교대총동창회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경제 잣대로 세계 최고의 교원 양성기관을 스스로 말살하려 하고 있다”며 "MOU를 철회하지 않으면 총장 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두 대학의 통합은 교원 신규 임용 규모가 줄고, 대학 재정 압박이 심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산교대 재학생은 물론 교원단체와 교대 동문회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사실 교대 통합 논의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교육계의 해묵은 이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예비교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으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주대-제주교대를 통합한 데 이어 이듬해 대학 구조조정 일환으로 종합대학-교대 간 ‘자발적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교대의 재학생과 교원 반감이 상당해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교원 임용이 줄면서 갈등을 겪는 건 사범대도 마찬가지다. 올해 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이 도화선이 됐다. 사범대, 일반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의 교육여건을 평가해 C등급 이하를 받은 대학은 당장 2022학년도 모집정원을 축소해야 한다. C등급을 받은 한국외대는 이달 초 이사회가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폐합해 정원 30%를 줄이기로 결정했는데, 사범대 학생과 동문, 교수들이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경성대 윤리교육학과, 동국대(경주) 수학교육과 등 C, D등급을 받은 지방대 교육학과 10여 곳 역시 30~50% 정원 축소를 앞두고 있어 이런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대·사범대 구조조정을 각 대학에 떠맡긴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교대‧사범대 통합 방안을 놓고 수개월간 숙의까지 거쳤지만, 연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원론적인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대학과 교육당국의 대처가 지지부진하면서 지난해 초등교원 임용 경쟁률, 중등교원 임용 경쟁률은 각각 2.07대 1, 8.05대 1에 달했다. 교원 선발은 매년 줄어드는데 교대와 사범대 모집정원은 거의 줄지 않아 ‘임용낭인’이 매년 수만 명씩 생기고 있는 것이다. 관련 학과 교수들조차 “장기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구체적 방법을 두고 이견을 보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규모 절감을 위해서라면 교원 양성기관인 교대와 사범대를 통합하되, 사범대 모집정원을 중등교원 임용 규모에 맞춰 구조조정한 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다양한 학과목 수강 등 종합대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만큼, 교대-종합대학 통합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교원 양성 중심의 ‘목적형 학과’였던 사범대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개방형 학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