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가려 모국을 떠났다 조난당한 리비아 ‘보트 피플’ 120여 명이 지중해에 방치된 채 ‘죽음의 공포’를 겪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인도주의 단체 ‘SOS 메디테라네’는 20일 자원 봉사자가 운영하는 지중해 구조 핫라인(직통전화) ‘알람폰’을 통해 리비아 인근 공해에서 조난된 보트 세 척이 있다는 경보를 받았다. 높이가 6m에 이르는 파도가 치던 때였다.
단체는 자체 구조선인 ‘오션바이킹’호를 사고 해역에 보냈지만 생존자를 찾지 못하고 시신 10구만 발견했다. 오션바이킹호에 탑승한 수속ㆍ구조 코디네이터 루이사 알버라는 “21일 아침 리비아 트리폴리 북동쪽 해역에서 130명을 태운 채 조난된 것으로 보고된 고무 보트에서 흘러나온 시신 같다”고 말했다.
“구조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당국들의 고의 방치 탓에 바다에서 죽었다”는 게 알람폰 측 주장이다. 21일 조난 중인 선박과 10시간 넘게 접촉했고 GPS(위치확인 시스템)상 좌표와 난민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유럽과 리비아 당국 등에 반복적으로 전달했지만, 유럽 당국은 수색 권한이 없다며 리비아 당국에 책임을 떠넘겼고 리비아 해안경비대도 수색에 나서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21일 오션바이킹호는 난민 40명을 태운 다른 조난 보트를 종일 찾았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난민의 죽음은 정부 당국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은 국제구호단체가 리비아 알선업자와 공모해 유럽으로 리비아 난민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중해에서 익사 위기 난민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한 비정부기구(NGO) 구조선이 이탈리아 항구들에 붙잡혀 있는 이유다. 리비아 해안경비 당국자들 역시 고국 탈출을 시도한 자국민의 곤경이나 국제법, 수백 명의 죽음을 초래했을 자신들의 ‘비협조’에 무관심하다고 가디언은 알렸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아랍의 봄’은 오히려 긴 내전을 배태했고, 리비아발(發) 보트 피플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뿐 아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ㆍ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주에 유럽행(行)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태운 배가 튀니지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뒤 최소 41명이 숨졌고 사망자에는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지중해 이민 루트에서 350명 넘는 난민이 죽었다는 게 SOS 메디테라네 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