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대중화를 넘어 아시아 예술을 소개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미술 전문 미디어 아트드렁크(artdrunk) 대표 개리 예(27)가 말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현대 미술 작품을 꾸준히 올려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한 미술계 인플루언서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개리 예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 들어와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박서보 화백 등의 작업실을 찾아 작업 풍경을 담은 영상을 올리거나, 이배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거실 사진을 인용하며 “나도 이런 집에서 눈 뜨고 싶다”고 글을 쓰는 식이다.
수많은 나라 중 왜 지금 한국일까. 쉽게 말하면 ‘맛집’인데 비교적 덜 조명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바탕엔 대만계 미국인으로서, 뿌리에 대한 끌림도 있다. “미국에서 아시아 미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웠어요. 2019년 아트부산(국내 아트페어)에 방문했다가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해 알게 됐는데 관심이 갔어요. 홍콩의 메이저 갤러리들이 서양 미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과 달리, 한국 유명 갤러리는 해외에 나가선 한국 작가를 알리고, 한국에선 서양의 미술을 알리더라고요. 그 점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는 한국 추상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정상화 화백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한국 불화를 현대적으로 바꿔서 그리는 배재민 작가에 주목하고 있단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서 여유를 음미하며 지내는 한국 작가들의 삶도 그에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뉴욕만 해도 맨해튼에 있는 아파트 안의 작은 작업실에서 일하는 작가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만난 한국 작가들의 작업실은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 있거나,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형태였어요. 저에겐 편안함을 주는, 마치 여행과도 같은 경험이었어요.”
미 워싱턴DC에서 태어난 그는 듀크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 미국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 주변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며 미술에 눈에 떴다. 17세 때 200달러를 주고 수채화를 샀을 정도로 열렬한 미술 애호가다.
그는 최근의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미술을 통해 혐오와 차별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자라면서 차별을 항상 겪어왔어요. 인종차별이 있는 건 그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미술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알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이런 문제도 사라질 수 있다고 봐요.”
최종 목표는 미술로 치유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저에게 작품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은 명상과 치유의 공간이에요. ‘불금’에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공연장을 찾는 것처럼, 저의 활동으로 인해 멋진 전시를 보러 가는 일이 지금보다 더 흔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