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현지시간) 주최한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해 제시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고,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공조 신호탄이기는 하나 전 세계 탄소 배출 1, 2위 국가의 목표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도 여전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맞아 세계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화상회의 형식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50~52% 감축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제시했다. 또 2035년까지 탄소 무공해 전력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순탄소 배출이 없는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당시 미국의 목표(2030년 26~28% 감축)보다 2배 높은 수치다. 감축 목표는 전력 발전, 자동차 등 부문별로 나뉘며 올해 말 구체적 내용이 제시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키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하는 날 기후협약에 복귀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7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기후변화 국제 공조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며 “훨씬 더 큰 국제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최대치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1.5도 상승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과학은 부인할 수 없다”며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세력도 겨냥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중, 미러 정상의 첫 화상 대면도 이뤄졌다. 한미 정상의 화상 대면도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최근 중국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듯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세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선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장기 목표도 다시 언급했다.
시 주석은 특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책임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으로 책임을 지되 차별화된 책임을 지는 원칙’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상회의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정상회의는 기후 목표 증진, 기후 솔루션 투자, 적응과 회복력, 기후 안보, 기후 혁신, 기후 행동의 경제적 기회 등 5개 세션으로 나눠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