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사령탑’을 선출하는 전당대회(5월 2일)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 이후 치러지는 전당대회인 만큼 들끓는 민심을 수습할 각종 쇄신책을 논의할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홍영표ㆍ송영길ㆍ우원식 의원 등 대표 후보 3명(기호순)은 서로의 과거 발언 등을 끄집어내며 네거티브 선거에 주력하고 있다. 또 당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당 쇄신 방안 논쟁은 후순위로 밀렸다.
최근 당 대표 후보들 간에는 해묵은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다. 포문은 홍영표 의원이 열었다. 19일 1차 TV토론회에서 송영길 의원의 14년 전 발언을 문제 삼았다. 송 의원은 2007년 2월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원 모임에서 "제2의 노무현 같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며칠 지나면 손가락 자른다는 말이 꼭 나오게 돼있다”고 했다.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없을 때였다. 이에 홍 의원은 송 의원이 친노 진영을 욕보인 과거를 호출해 '민주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공격한 것이다.
우원식 의원도 23일 3차 토론회에서 송 의원을 겨냥했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조치로 중단한) 신한울 3ㆍ4호기를 재개하자고 했고, 민주당이 반대하는 경인운하도 지지했다”며 “당의 정체성과 잘 안 맞는다”고 했다. 송 의원은 팩트를 반박하는 대신 ‘진문(진실한 친문)ㆍ진노(진실한 친노)’ 인증으로 받아쳤다. “2019년 5월 23일(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잊을 수 없다.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개표 결과가 끝날 때까지 내가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진정한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재보선의 가장 큰 패인인 부동산 문제를 놓고도 당권 주자 3명은 “정책이 실패했다”고 반성할 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ㆍ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이외의 민감한 사안에도 입을 닫고 있다. 선거 직후 2030 초선 의원 5명은 쇄신책으로 조국 사태에 대한 자성과 당 소속 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19일(호남)ㆍ21일(충청)ㆍ23일(영남) 등 세 차례 열린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 ‘콘크리트’ 지지층인 2030 여성들이 민주당에 돌아선 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고 2차 가해에 침묵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을 반성하지 않고 무슨 쇄신을 논하느냐”고 지적했다.
선거 참패에도 싱거운 경선이 펼쳐지는 배경으로는 지도부 선출 방식이 지목된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 10%의 투표로 결정된다. 친문 성향의 강성 당원이 다수 포진한 권리당원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는 ‘비문’ 이철희 정무수석 임명으로 쇄신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데, 민주당은 얼굴도, 메시지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