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재ㆍ보궐선거 참패로 부동산 정책 손질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여부도 검토키로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최대 6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오는 6월부터는 세율이 75%까지 올라간다. 이 같은 중과(重課) 정책이 ‘매물 잠김’ 현상을 낳아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그간 당 안팎에서 ‘양도세 감면’ 카드가 거론됐지만, 민주당은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번 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이 확인되자, ‘징벌적’ 양도세 정책이 적절한지 살펴보자는 쪽으로 결국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내 ‘부동산 특별위원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조만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특위 차원에서 정책 보완 혹은 수정 여부가 논의될 것”이라며 “양도세 또한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 등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집을 팔 때 2주택자에겐 최대 55%, 3주택 이상이면 65%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지난해 ‘7ㆍ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6월부터 10%포인트가 추가된다. 3주택 이상은 양도 차익의 75%(지방세 포함 82.5%)를 뱉어내야 하는 셈이다. 징벌적 과세로 인해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보다 증여 혹은 버티기에 나서며 ‘매물 감소→집값 상승’ 부작용이 나타나자, 민주당이 결국 재검토에 나선 셈이다.
이는 단기 공급 대책으로 양도세 완화가 거론된 올해 1월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인 김진표 의원도 당 지도부에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양도세 감면을 건의했다. ‘변창흠표’ 공급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4, 5년이 걸리기에, 양도세를 깎아줘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논의 자체를 일축했다. 여권 관계자는 “집값 폭등으로 선거에서 참패한 지금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오는 6월 이전에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특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양도세 완화는 ‘불로소득 환수 및 투기수요 억제’라는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을 뒤엎는 것”이라며 “정책의 전환이 아닌 보완을 목적으로 하는 특위에서 양도세 완화 여부를 단시간에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핵심 지지층은 물론 당내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게 변수”라고 했다.
특위의 또 다른 과제는 종부세 부담 완화다.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가격(공시가격 9억 원)에서 비율(상위 1, 2%)로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집값 기준 상위 1, 2%에 해당하는 소수의 고가 주택(서울 주택의 16%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만 세금을 부과해 ‘부유세’라는 종부세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발표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1년마다 부과 기준 금액을 변경해야 한다면, 세제의 예측 가능성이나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공시가격 기준만 9억→1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안대로 개편될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9억~12억 원(시가 15억~16억 원대) 사이 구간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