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는 지면이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문자이다. 프랑스의 시각장애인 루이 브라유가 창안한 6점식 점자 체계가 현재 국제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가로 두 칸, 세로 세 칸의 공간에 점을 배치해 자음과 모음을 만든다. 왼쪽 위에서 아래로 1점, 2점, 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4점, 5점, 6점으로 번호를 붙여 구분한다. ‘봄’을 점자로 옮기면 ‘ㅂ’은 45점, 모음 ‘ㅗ’는 136점, 그리고 받침 ‘ㅁ’은 26점이 결합하여 표기된다.
점자는 손끝으로 읽는 문자이기 때문에 돌출된 점의 모양과 크기가 중요하다. 반구형 점의 높이와 지름, 점과 점 사이의 거리, 글자 사이의 거리가 정해진 규격에 맞지 않으면 해독력이 떨어진다. 음료나 의약품처럼 점자 표기 공간이 부족하여 크기가 작아지면 무늬만 점자인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점과 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 전혀 다른 글자로 읽히기도 한다. 여자 화장실의 ‘여’는 145점인데 왼쪽 점과 오른쪽 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 받침 ‘ㄱ’과 ‘ㅊ’으로 읽히는 경우도 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자 세상을 보는 눈이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점자로 제공되는 정보는 매우 인색하다. 그나마 점자 표기가 있어도 잘못된 정보인 경우가 많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기선택권이 절실하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편의점에서 마시고 싶은 음료를 고르고, 지하철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며, 학교에서 읽고 싶은 점자도서를 마음껏 고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