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친모 "출산 사실 없다" 입장 고수... 검찰 한숨만

입력
2021.04.22 14:00
첫 재판부터 친모-검찰 공방
"출산한 적 없어 바꿔치기도 없어"
사체은닉 유기 미수 혐의는 인정
檢, 바꿔치기 방법 명확히 설명 못해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가 첫 재판에서도 출산과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부정했다. 검찰은 산부인과에서 산모와 아기가 같이 머무는 '모자동실'에서 아기가 바뀌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22일 오전 11시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석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노란색 긴머리를 풀어헤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석씨의 남편과 큰딸은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아 묵묵히 재판을 지켜봤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진술에서 석씨가 2018년 3월 31일부터 같은해 4월 1일 사이 구미 한 산부인과에서 자신의 신생아와 친딸인 김모(22)씨의 갓난아기를 바꿔치기한 후 데려갔다고 밝혔다. 올 2월9일쯤 김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여아의 사체를 몰래 매장하기 위해 유아 옷과 신발을 구입한 뒤 이불과 종이박스를 들고 갔으나 실행하지 않고 이불로 사체를 덮고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여아를 신생아실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못했다. 아기 바꿔치기 방법에 대한 재판부 질문에 검찰은 "명확히 특정하지 못했다"며 짧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씨 측은 "사체은닉미수 혐의는 인정하지만 출산한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석씨는 눈을 감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었고, 재판이 끝난 뒤에는 남편과 잠시 눈을 맞추기도 했다. 석씨의 남편과 큰딸은 담담하게 재판을 지켜본 뒤,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대응한 채 차량을 타고 법원을 나섰다.

석씨 측은 추가로 사설 변호인을 선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석씨의 변호인은 "전국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스스로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선 변호인으로서 재판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날 방청 희망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에 온라인 방청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8명만 입장시켰다. 석씨는 이날 재판 시작 시간보다 1시간40분이나 이른 오전 9시20분쯤 법정에 나타났다.

한편 원룸에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석씨의 딸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씨와 석씨의 다음 재판은 각각 다음달 7일과 11일 열린다.

김천=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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