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택·방역 정책을 부동산 우울증, 안전판 없는 자영업자의 추락이라고 지적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년 서울’을 화두로 꺼냈다. “겨울잠에 빠졌던 서울을 깨워 청년처럼 뛰게 하고, 취업난으로 꿈을 잃은 2030세대가 다시 봄을 노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설명하는 중의적 표현으로 ‘청년’을 앞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과 상생을 핵심 정책가치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와 날을 세워온 오 시장이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홍역을 겪은 정부‧여당과 다시 한번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38대 시장 온라인 취임식에서 “이젠 겨울을 몰아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재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바로 시작하겠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이어 실행방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서민경제의 조화로운 병행, 공정과 상생을 바탕으로 2030 청년세대가 희망을 품는 청년서울 건설, 신속하지만 신중한 주택정책, 1인 가구가 행복한 서울,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전 마련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오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종식과 위급한 현재 상황을 안정화하는 게 첫 번째 지상과제”라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 일률적 방역수칙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추진을 위해 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통한 자영업 영업종료 시간 연장 등이 골자인 ‘서울형 거리두기’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신속한 주택공급과 규제 강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란 정책 기조도 재확인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한 오 시장은 “관습적으로 유지해온 도시계획 규제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이상거래 집중조사를 통해 부동산 가격 불안정의 불씨를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청년세대들이 처한 취업‧주거 문제를 언급한 뒤 “서울이 상생과 공정을 바탕으로 2030세대를 위한 정책 마련에 앞장서겠다”며 “다음 달 초까지 ‘서울비전2030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글로벌 경쟁력과 안심‧안전, 균형발전, 생활인프라, 공정·상생 등 5개 분야에서 서울의 발전을 위한 의제와 대안을 개발하게 된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겐 “서울시 책임자로서 서울시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리는 건 당연한 책무”라면서 “진정한,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깨닫고 실천했을 뿐”이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현 정부 정책에 비판을 쏟아냈지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협조‧협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을 위해 필요하면 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서울시의회와도 협의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무거운 그 짐을 함께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자치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도 “시민을 위한 길이라면 25개 구청장 모두 적극적으로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시의회에선 시의원 110명 중 101명, 25개 자치구는 24곳의 구청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